“시간을 갖고 충분히 디자인한 제품과 브랜드는 오래 남습니다. ”

모빌리티 브랜드 부가부(Bugaboo)의 캐시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은 20년 전에 세상에 나온 ‘유모차’다. 1인용에서 2인용으로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고 짐칸까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부가부 ‘동키(donkey)’는 여전히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서 ‘최초에서 최고로, 디자인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오른 부가부 수석디자이너 아르나우트 다익스트라-헬링하(Aernout Dijkstra - Hellinga)는 “시대를 초월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곧 디자이너의 책임이자,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부가부 수석디자이너 아르나우트 다익스트라-헬링하(Aernout Dijkstra-Hellinga)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서 ‘최초에서 최고로, 디자인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강연의 문을 열며 헬링하는 “디자인은 기업의 정체성”이라며, 기업에서 디자인이 갖는 역할과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상품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브랜드를 만들지만, 디자인의 힘은 제품만이 아니라 제품을 어떻게 제안하고 회사를 운영해 나가느냐까지 연결돼 있다”면서 “디자인은 곧 회사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헬링하는 디자인이 회사의 성장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디자인에 기대한 것과 기대하지 못한 것을 담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풀어야 하며 ▷스타일과 디자인이 균형이 잡혀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헬링하는 “동키에는 부모들이 갖고 있는 1인용에서 2인용으로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유모차에 대한 ‘기대’를 담아냈다”며 “동시에 짐칸 역시 자유롭게 크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기능을 하면서도 스타일을 놓치지 않은 디자인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디자인은 직관적일수록 사용하기 편리하다”면서 “외형을 단순화 시키면 시스템이 튼튼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질 뿐더러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태와 기능의 균형을 잡는 것은 디자인의 성공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면서 “스타일만이 아니라 기능까지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헬링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부가부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세 가지 교훈을 공유했다. 첫 번째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곧 책임감 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헬링하는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때마다 즐거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총체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제품 마케터와 엔지니어와 함께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제품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 안에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는 그는 디자인을 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고 권했다. 헬링하는 “다이슨 청소기의 경우 5000개가 넘는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에야 만족할 만한 청소기를 내놨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디자인하고 설계한 제품과 브랜드는 오래 남는다. 20년 전에 나온 부가부가 지금까지도 캐시카우 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