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ㆍ두통ㆍ불면ㆍ소화불량 등 호소” -“2~3일 전 나타나 연휴 지나면 없어져” -“2주 이상 증상 지속 시 우울증 가능성” - 사생활 간섭 대화 자제…”게임도 도움”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신모(29ㆍ여) 씨는 추석이 다가오는 요즘 머리가 자주 아프고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지난해 결혼한 신 씨는 올해 설 연휴, 지방에 있는 시댁에서 다녀온 뒤 하루 결근해야만 했다. 설 차례상을 차리는 등 온갖 집안일을 한 뒤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시부모, 시숙 부부와 국내 한 리조트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그는 “아직 어색해서인지 시댁 식구와 있는 것이 솔직히 스트레스”라고 했다.

최장 10일이라는 ‘황금연휴’와 함께하는 올 추석.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가 오랜만에 한데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못다 한 정을 나누는 명절이다. 그러나 신 씨처럼 누군가는 가족과 만나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제약면 예비/연휴 2~3일전부터 두통…‘황금연휴’ 명절증후군 조심하세요

이 같은 스트레스성 반응 중 하나가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무의식 속에 잠재됐던 과거 힘들었던 기억이 명절이 다가오며 재현되면서 다양한 신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이다.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명절은 함께 쉬면서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가족끼리 부담을 주지 말고, 서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흔히 생각하는 주부는 물론 결혼ㆍ취업 대상인 젊은 층, 남편, 시부모 모두 명절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특히 명절 내내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도맡아, 스트레스가큰 주부가 명절 증후군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

김지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증후군이 있으면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울, 불안, 초조, 자극 과민성, 불면, 무기력감, 분노감,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같은 정신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 증후군은 보통 명절 전후 2~3일 전 증상이 심해진 뒤 명절이 지나거나 가족 간 갈등에서 벗어나면 씻은 듯 사라진다”면서도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적응장애, 우울증, 신체형장애 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 명절은 편안하게 쉬고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것이 좋다. 또 긍정적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명절은 문제점을 거론하고 묵은 갈등을 한 번에 해결하려고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며 “만약 해결해야 하는 가족 간 갈등이나 문제가 있다면 명절 외 다른 자리에서 지속적 교류,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이 많은 주부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 일을 돕는 것은 물론 힘들어하는 이유에 공감해야 한다.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남자ㆍ여자의 차이, 가족 간 서열 때문에 주부가 갈등을 겪을 수가 있다. 때문에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 일을 분담하고 각자 고통을 공감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혼이나 취업을 앞둔 젊은 가족에게는 관련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지 말고 직설적 답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하는 질문도 피해야 한다. 아울러 장거리 운전을 하고, 시부모, 부모, 친척과 며느리, 아내의 불편한 갈등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될 남편의 고통, 과거 자신의 경험과 견줘 며느리의 명절 준비 태도에 불만을 갖거나 속상해하는 시부모의 고통도 나타날 수 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같이 할 일이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 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적절한 선물 준비도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이고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어 준다”며 “다만 부담이 되면 안 되므로 선물을 준비할 때에는 서로 형편에 맞춰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