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잠 쫓으려 남용 많아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18ㆍ여) 양은 최근 헬스용품점에서 정제 카페인 200알을 구입했다. 학원과 자습까지 마치면 새벽 1~2시에나 잠에 드는데, 그렇다고 학교에서 잘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강하다고 알려진 고카페인 음료도 카페인 함유량이 60~80㎎ 정도인데, 순수 카페인 정제의 함유량은 200㎎에 달한다.

정 양은 “학교 앞 헬스용품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잠을 쫓고 집중력이 오른다는 소문이 돌아 주변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끼리 서로 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넘어 정제 카페인까지 섭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의 카페인 1일 섭취 권장량은 400mg이다.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당 2.5㎎ 이하다. 체중 60㎏인 청소년의 하루 권장량은 150㎎인 셈이다.

그러나 시중에 다이어트 혹은 헬스용품으로 분류되는 카페인 알약의 카페인 함유량은 200㎎ 달한다. 청소년은 한 알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초과한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고등학생 유모(18) 군은 “이전에는 카페인 음료에 비타민 가루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붕붕드링크’를 마셨지만, 음료의 카페인 함량이 줄어들면서 더 강한 알약을 찾게 됐다”며 “이제는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몸이 처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다섭취는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에너지드링크’로 불리는 고카페인 음료는 이미 학교 내 매점에서 판매가 금지됐고, 지난해에는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커피우유의 판매도 금지됐다. 접근 자체를 막아 섭취량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순수 카페인’인 정제 알약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어 학교 내에서 인기까지 끌고 있다. 실제로 카페인 알약은 운동보조제로 분류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00알에 6000원 수준에 팔리고 있다. 일반 매장에서도 구입에 제약이 없어 청소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카페인 음료를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적했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학교와 학원 모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지나친 입시경쟁이 학생들을 카페인중독에 빠뜨리는 상황”이라며 “눈에 보이는 카페인규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카페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