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개나리와 벚꽃은 물론,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꽃풍년’ 봄. 꽃이 진 벚나무 아래에 개나리가 여전히 노란자태를 뽐내고 있는 광경이 요즘 봄 풍경이다. 한반도 봄꽃은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라일락 등의 순서로 개화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순서와 상관없이 동시에 피거나 개화시기가 들쭉날쭉해졌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개나리가 핀 뒤에 최장 30일이 지난 뒤에야 벚꽃이 개화했으나 1980~2010년에는 그 기간이 21일로 줄었고 2010년 이후부터는 1주일 간격으로 좁혀졌다. 개화시기도 빨라져 지난해의 경우 40년 전(1968~1975년)대비 평균 14일 빨라졌다. 개나리는 피어나는데 벚꽃은 이미 지는 ‘봄꽃혼란’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침묵의 봄’이 기후변화로 인한 ‘혼돈의 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봄꽃만이 아니다. 온난화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지면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인 ’경칩‘은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 올해 경칩은 3월5일이었는데 이미 2월6일 지리산 등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북방산 개구리 알이 발견됐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에서 이같은 엇박자가 발생하게되고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불가피하게 개체수 감소 등 생물종다양성이 위협받게 된다.

단순히, ‘한꺼번에 많은 꽃을 보니 눈이 즐겁다고‘만 생각할게 아니다. 봄꽃 개화시기 변화가 곤충과 조류의 생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수 있다. 예컨대, 벌이 꽃가루를 옮기려 해도 봄꽃이 피지 않았거나 미리 져버렸으면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누적 온도가 몇 도가 되느냐에 따라서 꽃의 개화시기가 달라지는데 기온이 갑자기 오르게 되면 그 조건에서 개화할 수 있는 수종이 한꺼번에 피기 때문”이라며 “이상저온이나 고온으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개화시기의 변동 폭이 커지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이 멸종할 수 있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평균기온 100년새 1.8도 높아지며 아열대화로 치닫고 있다. 사과 등 농작물의 재배한계선도 지속적으로 북상하고 있고, 망고 파파야 등 재배가능한 열대과일 품종이 계속 늘어나면서 생물서식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식목일을 3월 중순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묘목을 옮겨 심었을 때 뿌리 정착과 성장에 좋은 평균 온도인 6.5도를 기준으로 정했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크게 올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회의를 열어 탄소저감에 나서고, 정부는 지구의 날(4.22)과 기후변화주간(4.18~25)을 맞아 전국 소등행사 등 저탄소생활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난제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해도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사라지는데에는 약 50~100년이 걸린다. 결국, 상당기간 한반도는 계속 뜨거워질 수밖에 없고 이변이 없는한 혼돈의 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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