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女, 최대 원인은 ‘시간 불일치’ -초등학교 입학까지 필요한 건 ‘시간’ -포스코 등 대기업 파격 지원책 눈길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직장인 A씨는 2013년 3월 어느 날 갑자기 양수가 터져 병원에 갔다. 출산휴가는 물론 육아휴직 서류조차 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땅히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고, 아이는 하나만 낳을 생각이라 장기 휴가를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법적으로 보장되는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2개월 등 총 15개월을 다 쓰는 사람은 회사에 없었지만, 여기에다 10년 근속휴가와 미처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까지 더해 총 16개월을 휴직했다. 하지만 16개월이란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낸 뒤 복직을 하려 하려 했을 때, 육아를 하는데 16개월은 결코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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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간단하다. 17개월이 되어도 아이는 여전히 너무 어리고, 말도 못하며 보낼 어린이집도 마땅치 않기때문이다. 2년 정도는 쉬어야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어디라도 맡길 수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A씨는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해 가까스로 출산을 했다. 그것도 시험관 시술 후 유산까지 한 뒤에 재차 시도해 성공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 맘 고생이 따르기에 A씨는 아이 한명을 고집한다.

그나마 A씨의 경우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다. 중간에 휴가와 병가 등을 사용하긴 했지만, 난임인데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출산에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기때문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낼 때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난임’도 늘면서, 난임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많은 실정이다.

최근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던 포스코가 여성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출산장려 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포스코는 난임치료에 5일 휴가를 신설하고, 첫째아이 출산은 100만원, 둘째부터는 5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기로 했다.

현재 법적으로 보장되는 출산휴가 3개월과 함께 육아휴직도 2년으로 법적인 보장(1년)의 두배로 늘렸다. 또 아이가 만 8세가 될 때까지는 2년 간 어떤 날은 하루 4시간, 어떤 날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 ‘주 5일 40시간’만 근무하는 되는 ‘완전 자율 출퇴근제’나 주 5일 동안 20시간 또는 30시간 근무하는 ‘전환형 시간 선택제’, 한 업무를 직원 2명이 나눠서 하루 총 8시간을 근무하는 ‘직무 공유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회사 건물 안에 설치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방과 후 자녀 돌봄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난임치료 휴가가 5일이란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출산부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때까지 워킹맘의 고충을 다각도로 고려해 마련된 정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정도 제도가 보장된다면 일을 하면서 아이 둘을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니 말이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해 ‘난임휴가제’를 처음 도입했다. 난임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한번에 3개월까지 휴가를 쓸 수 있고 최대 6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난임휴가가 별도로 마련된 호텔은 드물다.

대한항공은 임신 1~7개월은 두달에 한번, 8~9개월은 매달 한번씩 검진받는 시간을 근무에서 면제한다. 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받는 직원의 경우 6개월간 불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수유를 하는 직원에게 30분씩 하루 두 번 유급 수유시간을 주고, 자녀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인 경우 주당 15~30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중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직원에 대해 육아휴직 2년 외에 추가로 ‘불임휴직’을 1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민은행ㆍ신한은행은 육아휴직 후 복귀를 앞둔 직원이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하며 업무에 적응하는 지원 제도를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육아휴직 기간 중 직원이 어학 공부를 원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학습경비를 지원한다.

이 밖에 롯데그룹은 올 초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배우자 출산시 최소 1개월 휴직을 눈치보지 말고 쓰도록 한 것이다. 또 고용센터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의 상한 지급액(월 100만원)으로는 출산으로 인해 늘어나게 되는 가계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 간 차액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직원이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면 즉시 핑크색 출입증과 임신ㆍ출산 정보와 용품이 들어 있는 ‘맘스패키지’를 제공한다. 핑크색 출입증은 주변에 임신부임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또 임신 중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이가 첫돌이 될 때까지 야근을 금지하는 등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업무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였다.

여전히 주변에는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는 워킹맘들이 많고, 경력이 단절된 뒤 재취업의 기회가 와도 막상 어린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어려워 재취업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워킹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등ㆍ하원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아마 퇴사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출산부터 아이가 초등학교에 적응할 때까지가 가장 큰 고비인 셈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포스코나 대한항공, 웨스틴조선호텔, 대한항공 등 대기업들의 잇따른 워킹맘 파격 지원책이 더욱 더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