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가면 대개 적응을 위해 엄마와 함께 30분, 1시간, 2시간 씩으로 시간을 늘린다. 한살을 더 먹은 이듬해에도 처음에는 몇시간, 점심까지 먹고, 낮잠 자고 등으로 시간을 늘려 나간다.

유치원의 경우, 처음부터 장시간 보낼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아이가 힘겨워할 수 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 보다 규모가 큰 경우가 많아 아이도 교사도 더 많기때문이다. 또 보육을 위주로 하는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교육에 좀 더 비중을 두기때문에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데다 달라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아이들은 초반에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 오죽하면 ‘워킹맘의 최대 고비는 초등학교 1학년 때’라는 말까지 있을까.

<주말>[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4>‘신학기 스트레스’, 워킹맘은 어떡하나?

3월은 워킹맘에겐 가장 힘겨운 달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새학기에 적응하는 첫달이기 때문이다.

워킹맘 박모(38) 씨는 매년 3월이 싫다. 어린이집에 새로 가느라 적응 기간이 너무 길어 힘들었는데, 유치원도 마찬가지란 사실때문이다. 종일반을 신청했는데, 낮잠도 안자고 장시간 유치원 안에만 있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울고 떼를 쓰는 식으로 표출하고 있어서다. 아이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박 씨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종일반을 안하자니 3주나 되는 방학을 버틸 자신이 없어 그럴수도 없다. 대개의 유치원들은 여름방학이 3주, 겨울방학이 3주, 신학기 준비기간이 1주나 된다. 하지만 종일반의 경우, 여름과 겨울방학이 각각 1주일이며, 신학기 준비도 하루면 된다.

박 씨는 “지난해에는 3월에 겨우 적응한 뒤에 단체로 수족구에 걸려서 한참 애를 먹었다”며 “2월 말 신학기 준비로 방학을 한 뒤에 3월에는 또 적응기간이 필요하니 계속 휴가를 쓸 수도 없고, 워킹맘들에게는 3월이 참 힘겹다”고 말했다.

박 씨는 3월 한달 만이라도 종일반을 하지 않고 조금 일찍 하원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치원은 분기별로 유치원비를 받기때문에 3월만 일찍 오고 4,5월은 종일반을 신청할 수 없는 구조라 답답하기만 하다.

초등학생을 둔 워킹맘 김모(41) 씨는 “신학기가 되면 이래저래 학부모가 참여할 일들이 많은데, 각종 일정은 전업맘에게만 맞춰져 있어 직장과 육아 사이에 낀 워킹맘에겐 대안이 없다”며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실제로 키우면서 겪는 애로사항들을 보완하고 특히 워킹맘의 시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킹맘의 육아전쟁은 끝이 없다. 어린이집에서도 각종 행사를 한낮에 하는 경우가 많다. 평일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 열리기도 하고, 준비물도 전날 밤에 갖고 오라는 공지를 한다. 예컨데 늦은 저녁에 알림장을 보면, 다음 날 같은 반 친구 생일이니 선물을 보내라는 식이다. 허겁지겁 야근이라도 하고 퇴근한 워킹맘이라면, 늦은 저녁시간에 선물을 사러 또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학부모 총회’가 스트레스다. 한해의 학사일정과 방과후 교실,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민 학교 봉사나 학부모 임원활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워킹맘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멀리 볼 것도 없고, 당장 워킹맘의 일과 육아시간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3월에는 자녀의 학교행사 참석 등을 위해 별도의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