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지난 2014년 첫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이라고 돼 있는 곳에 관심을 가졌다. 홈페이지에는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입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합니다”라고 친절히 안내가 돼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다. 하지만 막상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시간연장형은 말 뿐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하루 12시간 운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됐다. 가끔씩 한 아이만 5시까지 남는 경우가 있는 정도였다. 아이의 등ㆍ하원을 책임지는 친정엄마가 간혹 아이를 8시쯤 맡겨야 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이듬해에는 이곳보다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은 맞벌이 여성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더 많은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 그칠 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시간연장이 안되는 곳도 ‘시간연장형’이라고 해놓고 지원만 받는 경우가 있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운영비만 낭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은 장시간 아이를 돌봐줄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을 생색내기 위한 제도일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도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면 힘이 드는데, 하물며 아이를 12시간이나 어린이집에 맡기면 얼마나 힘들까. 장시간 근무에 야근을 자주 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나온 제도 같지만, 한편으로는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워킹맘의 육아가 가장 힘들고 고된 첫번째 이유는 바로 아이와 엄마 간에 시간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워킹맘이 주변인의 도움없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려면, 출근시간과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하원시간도 마찬가지다. 퇴근해서 아이를 찾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워킹맘은 일가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시간제로 도우미를 써야 한다. 정부에서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원도 부족하고 장시간 고용하는 것이 아니면 사람도 자주 바뀐다. 한때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서비스를 신청해 상담을 받았지만,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아이돌보미를 쓰더라도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매일 같은 사람이 오기보다는 2~3명 정도 다른 돌보미 선생님이 온다는 설명을 들었기때문이다. 아직은 어리고 말도 잘 못하는 아이에게 매일매일 낯선 사람이 온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이 실제로는 전혀 시간 연장이 안되는 현실도 답답하지만, 이보다는 시간을 연장해서까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부모가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결국에는 부모와 아이 간의 시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적은 월급을 받고 12시간이나 아이를 돌보고 싶은 보육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보육교사도 누군가의 엄마일 수 있고, 12시간 근무는 보육교사는 물론 아이에게도 힘든 일이다.
생색내기용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을 만들 시간에 차라리 정부 차원에서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순탄히 병행할 수 있도록 시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장시간 근로에 눈치보기 야근이 만연해 있는 한, 워킹맘의 육아전쟁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유연근로제나 단축근로제, 재택근무 등이 확산되지 않는 한 경력단절 여성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워킹맘의 이중고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