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거리 안만드는게 상책” 이익집단관련 안건은 ‘검토중’ “이런 때일수록 (공무원들이)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되죠. 논란 거리는 아예 손 안되는 게 상책 아닌가요. 문제만 일으키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실망만 안겨주니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
“이게(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혼돈에 빠져든 것이) 지금 몇달째예요? (헌재의 탄핵 심판이) 빨리 결론이 나야 공무원들도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대선도 치러야 하지만, 그래도 불확실성 하나는 없앨 수 있으니까요.”(세종청사 과장급 공무원)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공직사회의 시계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공무원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어떤 결론을 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나 회의는 스케줄에 맞춰 진행하지만, 민감한 사안이나 이익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들은 항상 ‘검토 중’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각종 현안 점검회의는 늘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추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지만, 현안 처리의 원칙과 방향만 거론할 뿐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하거나 점검하는 기능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내수 및 투자활성화 방안에서도 핵심 사안들은 대부분 ‘상반기 중 검토’ 꼬리표가 붙어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이런 때일수록 ‘흠집’이 나면 안되기 때문에 일상적 업무는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한 공무원은 “대선이 치러지고 나면 새로운 정책에 대한 요구가 나올텐데 지금 굳이 그걸 내놓을 필요가 있겠어요?” 하고 반문했다.
탄핵 심판과 함께 정부 조직개편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심화시키고 있다. 직급이 높을수록 탄핵보다 조직개편에 관심을 집중하는 양상이 역력하다.
게다가 국정 콘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 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직사회의 이완이 심화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유일호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대행을 맡게 돼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정책 사령탑이 더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세종청사 주변에선 공허한 마음으로 가상 시나리오를 주고 받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