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전문경영인 집단협의로 '비상경영'

투자, 인사, 채용 등 경영활동 멈춰서나

글로벌 입지 흔들…브랜드 인지도 타격 불가피

[헤럴드경제=강주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되면서 사상초유의 총수 유고상태에 빠진 삼성그룹은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연 매출 300조원,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7위, 세계 100여개국에 50만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기업’ 삼성의 경영은 올스톱됐다.

삼성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유고 사태가 심각한 경영 공백을 불러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총수 구속에 따른 리더십 공백위기속에 삼성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집단지도체제로 비상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수 부재속에 당분간 중요 투자결정이나 인사, 조직개편, 채용 등 경영활동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8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사례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천문학적인 손실이 따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 결정 등은 이 부회장이 빠진 삼성 수뇌부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룹 총수가 특검에 두차례 소환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급기야 17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는 치명타를 입게됐다.

▶ 충격의 삼성…경영활동 올스톱=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올스톱되게 됐다. 지배구조·사업 개편 작업은 사실상 정지됐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써는 논의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그 최종 단계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으로 지배체제 개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와 함께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약 3년간 15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사들였다.

80억달러(9조6천억원)를 들여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경우 한국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한 개 라인을 확장하려면 각각 10조원, 1조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집행한 비용은 27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타격 불가피=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지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 7번째, 국내 기업 1위를 기록했다.

히지만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서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부회장의 구속은 경쟁사에 좋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사들은 기회 될 때마다 삼성을 공격하는데 당장 이들이 ‘범죄인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 공격하면 삼성은 당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FCPA는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해외부패방지법 개정으로 법 적용 범위가 확대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FCPA 제재 대상으로 확정되면 과징금을 내야 하며, 미국 연방정부와의 사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 당분간 집단지도체제…인사·채용 연기될듯=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으로 당분간 삼성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지만, 총수 유고 사태로 인해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커서 재판 준비와 출석 때문에 예전과 같은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종 인사와 채용 등은 일정부분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이후 연례 행사처럼 진행해왔던 일정들조차 미뤄오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해왔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 채용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일부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소폭의 조직 정비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순서가 뒤얽히면서 조직 내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도 오리무중이다.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인재 확보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취업준비생들은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채용시장의 ‘큰손’인삼성의 공채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파장은 삼성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도 연쇄 효과가예상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는 4300여곳, 이들의 고용규모는 6만3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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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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