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삼성상회' 창립 79년만에 첫 총수 구속

17일 새벽 법원 구속영장 발부...서울구치소 수감

[헤럴드경제=강주남 기자]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 회장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 3대에 이르는 동안 여러 번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한번도 구속된 적은 없었다.

17일 새벽 5시35분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 부회장은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1938년 대구 ‘삼성상회’에서 출발해 79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오던 삼성그룹은 총수가 인신구속되는 사상 유례없는 리더십공백 위기에 빠졌다.

고 이병철 전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검찰에 불려가지는 않았다.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 55t을 건축자재라고 속여 들여와 팔려다 들통났다.

세간의 분위기는 험악했고, 삼성과 박정희 정권이 밀수로 번 돈을 나눠 가지려 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 전 회장은 한국비료의 국가 헌납과 경영 은퇴를 선언, 위기를 모면했다.

대신 그의 차남이자 밀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 역시 수차례 의혹의 중심에 섰지만 구속된적은 없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11월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당시 다른 대기업 총수와 마찬가지로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이후 불구속 기소돼 1996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10월 사면받았다.

2005년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졌다.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검찰에 대한 금품 제공을 논의한 것이 녹음파일 형태로 폭로된 것이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서면 조사만 받았고 무혐의 처분됐다.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재 8000억원을 사회기금으로 내놨다.

이어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이건희 회장 지시로 금품 로비를 하고 자신 명의의 비밀계좌로 50억원대의 비자금이 관리됐다는 내용이었다.

곧 ‘삼성 비자금 특검법’에 따라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 삼성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훑었고 이건희·재용 부자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최종 처분은 불기소였다.

이건희 회장은 배임·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기소 직후인 2008년 4월 자신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지만 약 1년뒤 사면됐다.

이처럼 삼성 총수 일가는 검찰과 여러 차례 악연을 맺었지만 대규모 변호인단을 동원한 치밀한 방어 전략으로 고비를 넘겨왔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철통 방어’도 이번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을 지난 13일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지난달 19일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한지 25일만이다.

특검에 재소환된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성심껏 말하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밤샘 조사한 후 지난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결국 17일 새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을 심문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다만 박 사장에 대해선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세운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 형식으로 제공했다.

또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에 보낸 35억원에는 단순 뇌물 공여 혐의를, 재단·사단법인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에는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실제로 최씨가 지배한 코레스포츠와 동계센터, 박 대통령과 최씨가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넘어간 돈은 총 255여억원이다.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아도 약속만으로도 성립해 특검팀은 삼성이 건네기로 한 430억원 전체에 뇌물 공여 및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 지원금 35억원과 정유라(21)씨에게 제공된 명마 구입 대금집행에는 특경법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에는 최씨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을 정상적 컨설팅 계약 형태로 꾸민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추가했다.

삼성측은 최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며 ‘피해자’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날 법원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과 박 대통령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는 특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영장 재청구 직후 “특검이 뇌물 사건이라는 기본 틀을 짜놓고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목표 아래 군사작전을 하듯 벌여온 게 이번 수사”라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1차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이날 20여시간의 고심끝에 결국 특검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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