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최근 충북 보은에 이어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총체적 ‘관리소홀’에 의한 인재성 발병이 원인 것으로 거듭 확인되고 있다.
거의 유일한 예방책인 백신접종에 사육 농가와 관계당국이 똑같이 안이한 자세로 임한 결과라는 얘기다. 물론 해당농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당국자들은 백신기피 정황이 뚜렷하다며 몰아세우지만 결국은 양쪽 모두 ‘모럴헤저드’라는 지적을 면키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일선 농가에는 “백신을 맞으면 송아지를 못낳는다”, “육질이 떨어져 제값을 못받는다”, “우유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등의 소문이 버젓이 나돌았고, 지난 2011년 구제역 발생이후 값이 오를대로 오른 소값을 의식한 사육농가들은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행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관계 당국은 이런 상황에도 백신 접종에 대한 관리나 단속에 소홀해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정설이 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지역에 대한 사육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을 보면 구제역이 왜 발생했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정부가 내놓은 전국 소 사육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평균 97.5%이다. 구제역을 차단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충북 보은의 젓소 사육농가와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의 두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각 19%, 5%에 그쳤다. 이마저도 뒤늦게 파악된 것이다.
소의 항체 형성률이 80% 미만일 경우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들 농가는 기준치를 한참이나 밑도는 것이다. 축산 농민들은 백신을 매뉴얼대로 제때 놨는데 항체 형성률이 극히 낮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역 당국은 고 부실한 백신 접종 등 무책임한 농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축산농가 입장에선 구제역 백신이 반길일은 아니다. 접종 방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염증으로 인한 이상육이 생겨 고기 품질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피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제역 접종 매뉴얼에 따르면 백신은 2∼8도의 온도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고 접종 때는 백신 온도를 18도 안팎으로 올려 주사해야 한다. 접종 부위는 목 근육인데, 주사기가 피부와 직각을 유지해야 하며 바늘이 근육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한 뒤 주사해야 한다. 바늘이 덜 들어가거나 비스듬하게 꽂혀서는 안 된다. 백신이 근육이 아닌 지방층에서 뭉칠 경우 항체가 극히 낮게 형성되거나 염증이 생겨 이상육이 생길 수도 있다.
규정대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어려운데 현실은 더 복잡하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고 근육 부위에 천천히 주사한 후 충분히 문질러줘야 하는데 소나 돼지 역시 주사 맞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소·돼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고정틀이 없는 축산 농가는 소·돼지를 밧줄로 묶어 못 움직이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마리도 아닌 수십마리 나아가 수백, 수천마리를 사육하는농가로선 죽을 맛이다.
농장주가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이처럼 난제와 얽혀 있다. 문제는 당국이 일일이 백신 접종을 대신해 주거나 현장에서 관리·감독하기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읍·면·동 직원을 동원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외부인 출입을 꺼리는 게 축산농가의 분위기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구제역 발생은 상시가 될 수 밖에 없으면 발생해도 확산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미미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총체적 점검과 함께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시급히 모색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hchw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