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에서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와의 권한이양 여부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개각을 ‘독단 개각’이라 규정, 개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권한이양으로 야권 설득에 나서야 할 박 대통령이 정작 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 박근혜식 책임총리제’라는 야권의 불신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대국민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권력이양과 관련된 부분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경제ㆍ사회 정책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제게 맡겨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을 묻자 “정확한 워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동의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완전히 유고상태가 아니고 서명 권한도 있고 하지만, 경제ㆍ사회에 대한 복안은 저한테 맡긴다고 (보면 된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김 내정자의 발언엔 내치ㆍ외치를 분리하는 국정운영이 되리란 의미가 담겼지만, 정작 청와대는 이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정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언론보도대로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식 구분이 현행 헌법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과연 어떤 형태의 권력이양이 이뤄지는 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언급도 없이 김 내정자가 내치를 전담하는 ‘셀프 책임총리’로 나섰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끝내 권력이양 여부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논란은 오히려 가중될 조짐이다. 명확한 권력이양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채 단순히 ‘국면전환용’으로 책임총리 식의 애매한 포장만 내세운 게 아니냐는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청와대 개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김 내정자ㆍ책임총리제란 ‘결과’를 떠나 여야 합의 없이 대통령이 내정한 ‘과정’부터 문제라는 반발이다. 권력이양을 언급하지 않은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이번 개각을 향한 야권의 불신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