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국내 최초의 쇼핑 테마파크를 표방한 ‘스타필드 하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이 대형 쇼핑몰은 지난달 9일 정식 개장 이후 열흘간 15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축구장 70배 크기(연면적 46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와 글로벌 쇼핑몰 개발ㆍ운영 기업인 미국 터브먼이 합작해 만들었다.
두 회사의 합작을 주도한 인물이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터브먼 가문의 로버트 터브먼(Robert Taubmanㆍ62) 회장이다.
터브먼 회장은 미국 최대 부동산 투자사인 ‘터브먼센터스’(Taubman Centers)의 2세 경영인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터브먼 회장이 정 부회장과 손잡고 터브먼 센터스의 아시아 법인(터브먼 아시아)을 통해 선보인 한국 첫 프로젝트이다.
실제 스타필드 하남의 운영법인 하남유니온스퀘어는 신세계그룹과 터브먼 아시아가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터브먼 회장은 특히 이번 합작을 진행하면서 정 부회장의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스타필드 하남 개장 당시 좌담회를 통해 “스타필드 하남은 오로지 정 부회장의 발상 및 비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 쇼핑몰에 대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정 부회장과 터브먼 회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도 닮은 점이 많다.
각각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터브먼 센터스의 창업자 알프레드 터브먼의 후계자인 이들은 미국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 부회장은 브라운대학교에서, 터브먼 회장은 보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또 대학 졸업 이후 20대의 나이에 그룹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한 점도 비슷하다. 터브먼 회장은 23세이던 1976년 터브먼 센터스에 입사했고, 정 부회장은 27세였던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그룹에 들어왔다.
터브먼 회장은 입사 8년만인 1984년 부사장에 선임됐고 1990년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11년에 회장으로 취임했고, 정 부회장은 입사 11년만인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 3년 뒤인 2009년에는 총괄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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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하에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정 부회장은 전처 고현정 씨와 사이에 1남1녀를, 현 배우자인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와는 2013년 1남1녀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터브먼 회장은 작가 출신의 부인 레예스(Reyes)와 사이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자산평가액은 정 부회장이 약 4000억원 더 많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 중인 ‘한국 100대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9.83% 등 주식자산 6839억원을 보유한 국내 48위 부호다.
터브먼 회장은 터브먼센터 지분 5.37%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 지분평가액은 우리 돈으로 약 2500억원에 이른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특히 다국적 브랜드가 아시아 혹은 국내 최초로 입점한 경우가 많다. 다른 곳에는 없는 다양한 브랜드와 점포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우선 전기차 등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이 스타필드 하남에 전시장을 구축했다. 자동차를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타볼 수 있도록 체험형 매장으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스타필드 하남에 브랜드 최초의 전용 체험관인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이곳은 자연스럽게 제네시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쇼핑객들이 자유롭게 들러 차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제네시스 스튜디오에는 EQ900 리무진과 G80, 출시를 앞둔 G80 스포츠가 전시돼 있으며, 제품 설명을 담당하는 직원도 상주해 있다.
현대차그룹이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내놓은 제네시스는 정의선(46)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사실상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제 올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제네시스 공식 출범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도, 해외시장 전략을 총괄한 것도 정 부회장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자산은 30억달러(3조3000억원)로 평가된다.
다른 자동차 수입사와 달리 국내 재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온 ‘BMW그룹’도 아시아 최초로 스타필드에 ‘BMW MINI 시티 라운지’를 열었다.
특히 이곳의 시티라운지는 BMW와 MINI 두 개의 브랜드가 통합된 전 세계 최초의 매장으로, 한 번의 방문으로 두 개의 브랜드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0여년간 BMW그룹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온 여성부호 요한나 콴트(Johanna Quandt)가 지난해 사망하면서, 그의 아들인 스테판 콴트(Stefan Quandtㆍ50) BMW 감독이사회 의장이 BMW그룹의 지분 17.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의 주식 지분평가액은 162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도 한국의 첫 소매 매장을 스타필드 하남에 다음달께 구축할 예정이다.
매장에는 고급 세단 ‘모델 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 X’, 보급형으로 개발 중인 ‘모델3’ 등이 전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일단 이 매장에서 전기차를 선보인 이후 정부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판매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CEO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Elon Muskㆍ45)이다. 그의 자산은 117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외에도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도 국내 쇼핑몰 최초로 스타필드 하남에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의류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열었다. 이 곳은 국내 매장 중 유일하게 매장 디자인을 모두 미국 본사에서 진행했다. 할리데이비슨은 현재 매튜 레바티치(Matthew Levatichㆍ51)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그의 자산은 1000만달러로 평가된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가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니노 람보르기니’의 국내 첫 매장도 생겼다. 람보르기니 창업주 페르치오 람보르기니의 아들인 토니노 람보르기니(Tonino Lamborghiniㆍ69)는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차리고, 슈퍼카의 계기판ㆍ타이어 등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더해 이 브랜드를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키웠다.
슈퍼카를 만드는 람보르기니는 2008년 아우디에 인수돼 폴크스바겐 그룹으로 넘어갔지만,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여전히 람보르기니 가문에서 운영한다.
원포원(One for Oneㆍ일대일) 기부시스템으로 유명한 ‘탐스 로스팅 컴퍼니’(TOMS Roasting Co)도 스타필드 하남에 아시아 첫 점포를 냈다. 이 매장에서는 커피를 즐기면서 탐스의 일대일 기부가 적용된 신발과 안경, 가방, 의류를 구매할 수 있다.
탐스(TOMS) 슈즈의 원포원 기부가 확장돼 2014년 시작된 탐스로스팅 원포원은 고객이 구입한 커피 한 잔이 개발도상국 빈민에게 깨끗한 물로 되돌아간다. 12.99달러짜리 커피 원두 1팩을 구매할 경우에는 빈곤국 빈민층에 일주일 분량의 식수 약 140리터(ℓ)가 제공된다.
이같은 기부시스템을 고안한 인물은 탐스슈즈의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ㆍ40)이다. 탐스의 성장과 함께 마이코스키의 자산은 3억달러로 뛰었다.
세계 최대 드럭스토어 브랜드인 ‘부츠’(Boots) 국내 1호점도 이 곳에 내년 상반기 들어설 예정이다. 부츠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화장품과 생필품 등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 매장 1만3000개 이상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올 7월 부츠를 운영하는 영국의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부츠 한국 체인의 독점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WBA의 최대주주인 스테파노 페시나(Stefano Pessinaㆍ75) CEO의 자산은 137억달러에 이른다.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