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8) 수익률 높던 초파리, 수수료 매기자 16일 만에 -60%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비트코인이 떨어지는 동안 5% 넘게 번 가상 초파리 30마리에게 거래 수수료를 매기자, 같은 매매가 16일 만에 60% 가까운 손실로 바뀌었다.
한 달 가까이 이어 온 가상 초파리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에서 수수료를 내고도 손실을 보지 않는 방법은 투자자들이 흔히 보는 이동평균선 규칙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수익률로는 비트코인을 사서 그냥 들고 있는 것을 이기지 못했다.
헤럴드경제는 PC에서 작동시킨 가상 초파리로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을 진행해 왔다. 2024년 과학자들이 완성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바탕으로 차트 정보를 초파리가 알아듣는 냄새 신호로 바꿔 넣고 가상 초파리의 반응을 매수와 매도로 읽는 방식이다.
지난달 21일 첫 실험을 시작해 이달 17일까지 27일 동안 초파리 관련 실험 33건을 돌렸다.
비트코인 빠질 때 5% 번 초파리 30마리
실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가상 초파리 30마리다. 이 초파리들은 바람에 실린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는 초파리의 습성을 옮겼다.
큰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초파리에게 냄새가 닿은 것으로 보고 초 단위로 반응하게 했고, 30마리가 각자 판단한 결과를 투표처럼 모아 사고팔게 했다.
30마리의 모의 매매 성적은 이달 21일 기준 689번 매매해 최종 +5.42%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사서 들고만 있었다면 -4.85%였다. 비트코인이 떨어지는 동안 10%P 넘게 앞선 셈이다.
매매 한 건당 남긴 돈은 아주 작았다. 689번 가운데 수익을 본 매매는 38%다. 한 번 사고팔 때 평균 0.0077%를 벌었고, 중앙값은 -0.009%였다. 작게 잃는 매매가 많았지만 가끔 나온 수익이 메운 구조다.
수익을 낸 초파리 군집의 성적은 거래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사고팔 때 호가 차이로 생기는 비용만 반영했고 수수료는 0으로 반영했다.
수수료 0.14% 매기자…수익률 -60%로 반전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한 번 사고팔면 수수료(한 번 거래에 0.05%씩 두 번)와 호가 차이를 합쳐 약 0.14%가 빠져나간다. 호가 차이는 주문을 넣는 사이 가격이 움직여 원하던 값보다 조금 불리하게 체결되는 것을 말한다.
30마리가 한 번 사고팔 때 수수료를 떼기 전 남긴 돈은 평균 0.03% 안팎으로, 거래 비용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30마리가 실제로 사고판 689번의 거래에 국내 거래소 비용 0.14%를 매기자, 한 번 사고팔 때마다 평균 0.13%씩 잃는 것으로 바뀌었다. 돈을 번 매매 비율도 38%에서 9%로 떨어졌다.
매번 가진 돈을 모두 걸고 사고파는 방식이라 손실이 쌓이면서 16일 뒤 성적은 -59.9%로 계산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4.85%)보다 55%P 낮다.
국내 거래소의 실제 호가로 30마리의 거래를 다시 실험해 본 결과도 비슷했다. 이달 4일부터 17일까지 552번 사고팔아 수익률은 -48.1%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 보유(-4.5%)를 크게 밑돌았다.
다른 초파리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초파리 습성을 옮긴 가상 초파리 한 마리와 가상 초파리의 특징을 넣은 통계 모형 등을 실험했을 때도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에서는 작게나마 벌었지만, 거래소 비용을 매기면 모두 손실로 바뀌었다.
이달 15일 수수료를 반영해 표 방식 가상 초파리를 다시 학습시키자, 한 번 사고팔 때 수수료를 떼기 전 벌어들인 수익률은 0.04%에서 1.04%로 커졌다. 다만 가상 초파리가 거래를 잘했다기보다 오르는 흐름에 우연히 올라탄 결과로 분석됐다.
어떤 방법도 현실적인 수익 내는 건 불가능
수수료를 실제로 낸다는 전제에서 손실을 보지 않은 방법은 하나였다. 이달 15일에는 매매 전략 5가지에 수수료를 견디게 하는 방법 10가지씩을 씌워 모두 50가지를 과거 차트로 시험했다.
전략 5가지 가운데 3가지는 가상 초파리 30마리 투표, 표 방식 가상 초파리, 가상 초파리의 특징을 넣은 통계 모형이다. 수수료를 견디는 방법으로는 수수료만큼 매수·매도 기준을 더 까다롭게 하거나, 과거 같은 신호에서 번 돈이 수수료보다 클 때만 사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변형한 매매 방식 중 30개는 하나도 미리 정한 기준을 넘지 못했다. 기준을 넘은 7개 방식은 모두 가상 초파리와 상관없는 규칙이었다.
초 단위로 사고판 가상 초파리 30마리와 달리, 기준을 넘은 해당 규칙은 하루에 한 번 차트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날 비트코인 종가가 최근 50일·100일·140일·200일 평균 가격 가운데 몇 개보다 높은지 세는 방법으로 매매 비중을 정한다. 4개 모두보다 높으면 100%, 2개보다 높으면 50%를 사 두는 식이다. 투자자들이 흔히 보는 이동평균선을 그대로 쓴 셈이다.
1년에 비중을 바꾸는 횟수는 29번 정도로 하루 40번꼴로 사고판 가상 초파리 30마리와 비교하면 거래가 훨씬 적다.
수수료를 버티는 전략도 비트코인을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지 못했다.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과거 차트로 계산한 수익률은 386%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448%)보다 낮았다.
수익률 대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샤프지수도 1.61로 비트코인 보유(1.31)보다 높았다. 이달 15일부터 수수료를 내는 실시간 모의 매매에 들어갔지만 6일 동안 수익률은 -0.81%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0.33%)보다 낮았다.
다만 수수료를 매긴 30마리의 성적은 실제 체결 가격은 그대로 두고 비용만 더해 계산한 결과라는 한계가 있다. 가상 초파리는 신경세포를 단순하게 흉내 낸 기초 모형이라 실제 초파리의 능력을 잰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 달 가까이 초파리 뇌 배선도와 초파리의 습성, 보상과 불이익을 주는 학습, 30마리 투표까지 동원해 비트코인을 사고팔아 본 결과, 수수료를 내고도 비트코인을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많이 번 방법은 없었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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