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무죄에 정비사업 불확실성 완화
신통기획 등 2031년 31만가구 착공 탄력
洪-吳 회동 곧 재개, 정책 대립 부각 전망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서울시가 추진해 온 주택정책도 연속성을 이어가게 됐다. 오 시장이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을 앞세우며 ‘정비사업 정상화’를 강조해 온 만큼 일대 정비업계도 이날 판결에 안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을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용산공원 공급 활용, 자치구 권한이양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목소리가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2031년 31만호 착공’ 신통기획·모아타운 힘 실린다…정비업계 “불확실성 덜었다” 반색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만큼 이번 판결이 사실상 대법원 최종 판결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 시장이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덜면서 서울시는 ‘2031년 31만가구 착공’에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인 ‘신통기획’과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타운’을 통해 공급 확대를 추진해 왔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비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계속 바뀌는 것들을 겪어온 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가봐야겠지만, 큰 우려는 던 셈”이라고 했다.
과거 오 시장에서 박원순 전 시장으로 교체된 뒤, 상당수 정비구역이 해제된 전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를 통해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인 2012∼2020년 당시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약 57%인 389곳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2002년 시범 뉴타운 3곳을 시작으로 오세훈 시정 1기 당시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 35개 지구와 정비구역 297곳에서 총 30만9000가구 공급계획을 마련했으나, 정비구역 해제로 43만가구 공급 기회가 박탈됐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오 시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기 전 주요 서울시 심의를 마치기 위한 ‘속도전’이 나타나기도 했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재건축 추진 기구인 목동아파트 재건축 연합회는 오 시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하는 움직임도 나타났었다.
이날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다행이다”, “사업 예정대로 가면 되겠다”라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법원 판결에 결정적인 힌트를 줄 수 있는 2심에서 무죄가 난 만큼 정비업계에서는 기존 추진 중인 사업이 계획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서울시장이 인허가권은 물론 정비구역 지정권한, 각종 건축 및 통합심의 등 권한을 가진 만큼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일수록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용산공원·태릉CC·자치구 권한이양 곳곳 충돌…서울시, 대정부 협상력 높아지나
신통기획·모아타운 등 오 시장표 주택정책이 속도를 내는 동시에, 정부와의 정책 대립각도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재개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여러 현안에 대해 오 시장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홍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오 시장의 ‘11월 주택공급 정책 일괄 타결’ 발언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신 “협의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대로 하고 일단 합의가 되는 것부터 먼저 하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용산공원 주택공급은 물론 태릉CC 개발 등을 놓고도 정부와 견해차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용지로 바꾸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고 홍 장관 또한 용산공원 주택 공급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달리 오 시장은 현 정부 내 착공이 불가한 점 등을 근거로 “단 1cm도 안된다”고 강경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정부가 6800가구 공급 계획을 밝힌 태릉CC에 대해서도 세운4구역 개발과 맞물려 이견이 확연하다. 서울시는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세운4구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에 있는데도 개발을 제한하면서 태릉CC 개발은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놓고도 서울시는 공급 지연, 난개발 우려를 근거로 반대 목소리를 분출하고 있다.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또한 이달 중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통기획 도입 후 구역지정 권한이 2년 안팎으로 줄었다”며 “서울시 인허가 권한이 구청에 넘어가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제경 소장은 “서울시가 용산공원 용도지역 변경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사업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태릉CC 등 각종 주택공급지를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무죄 판결로 서울시의 목소리나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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