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경찰청 산하기관 임원의 대다수가 경찰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출신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경피아(경찰과 마피아의 합성어)’ 현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21 경찰청으로부터 입수ㆍ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 산하기관인 도로교통공단, 경찰공제회,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이하 총포협회) 등에 재직하고 있는 임원 11명 가운데 9명이 경찰출신 인사로 밝혀졌다. 2016년 9월 현재 도로교통공단 임원 5명 가운데 방송본부장 1명을 제외한 4명이 경찰 출신이며, 경찰공제회는 임원 4명 중 사업개발이사를 제외한 3명, 총포협회는 임원 2명 전원이 경찰 출신이다.
게다가 이 산하기관들의 부실경영 또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기관의 목적과 특성에도 불구하고 경찰 출신을 임원으로 등용한 낙하산 인사가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원 4명 중 3명이 경찰출신인 경찰공제회는 최근 4년간 순손실액이 589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5년에는 유가DLS 투자 등에 실패해 148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해당 사업 책임자인 사업관리이사는 금융 및 투자와 연관성이 적은 경찰 출신이다. 공제회의 부실 투자는 회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2011년 6.15%였던 퇴직지급이자율은 꾸준히 하락해 2016년 3.4%로 사실상 ‘반토막’ 났다. 그러나 공제회 직원들의 성과급은 4년간 4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총포협회의 경우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이 크게 줄고 예산 대다수가 인건비로 지급되고 있다. 총포협회의 R&D 예산은 2013년 1557만원에서 올해 300만원으로 4년간 무려 81% 이상 급감한 반면 올해 예산의 80% 가량이 인건비에 해당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공직유관단체 내부청렴도 평가에서 27개 기관 중 25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도로교통공단은 1983년 공채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공채 출신 임원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오랜 기간 조직 상층부가 경찰 인사로 채워지며 공단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경찰청의 산하기관이라고 해서 경찰 출신의 인사들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각 산하기관의 특성에 맞는 경쟁력있는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임명할 수 있는 투명한 인사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