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7) AI 판단 믿어보니…5번 사고 5번 손절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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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매일 매매일지를 써서 기억을 쌓는 AI와 0.15초면 모든 것을 잊는 가상 초파리에게 같은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을 맡겼더니, 둘 다 비트코인을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약 7일 동안 AI는 -4.79%, 가상 초파리는 -4.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사서 들고만 있었다면 -2.61%였다. AI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스스로 판단하고도 매수했고, 매매한 다섯 번 모두 손절로 끝났다.

헤럴드경제는 초파리 뇌를 PC에서 작동시킨 가상 초파리로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과학자들이 완성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바탕으로 차트 정보를 초파리가 알아듣는 냄새 신호로 바꿔 넣고 가상 뇌의 반응을 매수와 매도로 읽는 방식이다.

실험을 이어 가는 동안 가상 초파리가 직전에 본 차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를 기억하고 매일 매매일지까지 쓰는 AI를 초파리 뇌와 비교했다.

실험에 사용한 가상 초파리 뇌.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9편에서 과학자들이 공개한 초파리 한 마리의 신경세포 13만 9255개 전부와 그 연결 5450만 개를 완전한 뇌 지도를 활용했다.
실험에 사용한 가상 초파리 뇌.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9편에서 과학자들이 공개한 초파리 한 마리의 신경세포 13만 9255개 전부와 그 연결 5450만 개를 완전한 뇌 지도를 활용했다.

0.15초면 잊는 ‘초파리’ vs 기억하는 ‘AI’

사용한 가상 초파리는 차트에 대한 반응을 미리 표로 만들어 두고 매매하는 방식이다. 과거 차트를 가상 초파리에 하나씩 냄새 신호로 맡게 해 어떤 차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표로 만들어 두고 사고팔게 했다.

가상 초파리는 얼마나 기억하는지 14번 검사했을 때 0.2초 전에 들어온 정보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은 0.1~0.15초까지만 가능했다. 그래서 차트 분석이 불가능해 초파리가 스스로 만든 매매 규칙대로 거래했다.

같은 기간 가상 초파리는 2번 사고팔았다. 12일 오후 5시 15분에 산 비트코인은 이튿날 오전 10시 30분에 팔았고, 계좌 평가액은 1.25% 줄었다. 13일 오후 6시 30분에 다시 산 비트코인은 15일 오후 11시 30분에 팔았고, 평가액은 2.63% 줄었다. 16일 오후 10시에 산 비트코인은 실험 기간이 끝날 때까지 들고 있었다.

기억 실험 결과, 가상 초파리 뇌는 자극이 끊기고 0.05초가 지나면 신경 신호가 0이 됐다. 0.1~0.15초 뒤에는 처음 켠 상태와 구별되지 않았다. 차트를 기억할 수 없는 뇌다.
기억 실험 결과, 가상 초파리 뇌는 자극이 끊기고 0.05초가 지나면 신경 신호가 0이 됐다. 0.1~0.15초 뒤에는 처음 켠 상태와 구별되지 않았다. 차트를 기억할 수 없는 뇌다.

초파리와 대결한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집 PC에서 돌아가는 공개 언어 모델이다. 규모는 15B로 150억 개 파라미터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값으로, 많을수록 복잡한 판단을 할 수 있다.

AI는 15분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4개 코인의 차트를 보고 지금 살지, 기다릴지, 팔지를 스스로 정했다. 가상 초파리와 달리 AI는 기억할 수 있다.

AI에 지난 1년 치 차트에서 지금과 가장 닮은 장면 40개를 찾아 1시간·4시간·12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학습시켰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는 AI가 하루 매매를 스스로 돌아보고 일종의 ‘매매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사람 투자자가 매매일지를 쓰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매매일지는 다음 날 AI가 판단할 때 다시 읽었다.

AI는 일주일 동안 2613번 판단해 162번 매수를 시도했고, 안전 규칙을 통과해 실제로 산 것은 7번이다. 그중 사고팔기를 마친 5번은 모두 손절로 끝났다.
AI는 일주일 동안 2613번 판단해 162번 매수를 시도했고, 안전 규칙을 통과해 실제로 산 것은 7번이다. 그중 사고팔기를 마친 5번은 모두 손절로 끝났다.

‘하락 확률 높았으나’ 매수 판단한 AI, 결과는 손절

AI는 7일 동안 2613번 판단해 162번 매수를 시도했다. 모의 투자금의 한도를 넘는 매수를 막는 안전 규칙에 걸려 실제로 매수가 이뤄진 것은 7번이다. 그 가운데 매도를 마친 5번 모두 손절로 끝났다.

손실은 한 번에 적게는 0.49%, 많게는 3.80%로 평균 2.88%였다. 실험이 멈출 때 AI는 리플과 솔라나를 산 채 들고 있었다.

AI는 매수할 때마다 이길 확률을 스스로 판단했다. 손절로 끝난 다섯 번의 매수에서 AI가 적은 승률은 42~48%로 모두 50%에 못 미쳤다. 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도 산 셈이다.

AI는 매수할 때마다 이길 확률을 42~48%로 판단했다. 스스로도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매매를 시도해 다섯 번 모두 손절했다.
AI는 매수할 때마다 이길 확률을 42~48%로 판단했다. 스스로도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매매를 시도해 다섯 번 모두 손절했다.

AI가 남긴 매수 이유에도 이런 판단이 그대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9시 솔라나를 사면서 AI는 “단기 하락세에도 SOL 백데이터(12h) 에서 평균 +5.7bp 의 강력한 회복력이 입증되어 진입 시점이 유효함”이라고 적었다. 백데이터는 과거 차트 자료를 말하고 1bp는 0.01%를 뜻한다.

과거 비슷한 장면에서 12시간 뒤 평균 0.057% 올랐다는 것을 ‘강력한 회복력’으로 본 것이다. 이 매매는 3.80% 손실로 끝났다.

13일 오전 7시 리플을 사면서는 “과거 백데이터상 단기 하락 확률이 높았으나, 실시간 호가 불균형 (매수 우위) 과 거래량 신호가 즉각적인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므로 진입한다”고 판단했다. 호가 불균형 매수 우위는 사려는 주문이 팔려는 주문보다 많이 쌓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AI는 손절이 세 번 쌓일 때까지 “표본이 적다”, “통계적 오류일 뿐”이라며 같은 매매를 이어 갔다. 다섯 번째 손절 다음 날에야 “전략의 근본적 오류”라고 판단했다.
AI는 손절이 세 번 쌓일 때까지 “표본이 적다”, “통계적 오류일 뿐”이라며 같은 매매를 이어 갔다. 다섯 번째 손절 다음 날에야 “전략의 근본적 오류”라고 판단했다.

AI는 과거 차트 자료가 하락을 가리켰지만, 지금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유로 매수한 것이다. 이 매매는 3.02% 손실로 끝났다.

매수 이유 다섯 개 가운데 세 개가 ‘과거 차트 자료는 불리하지만 지금 사려는 사람이 더 많으니 들어간다’는 같은 논리로 AI가 판단했다.

AI가 12일 새벽 비트코인을 매수할 때는 “최근 하락세는 단순 잡음으로 간주하고”라고 판단했다. 손절선은 3.5%, 목표 수익은 8.5%로 잡았다. 이 매매는 3.63% 손실로 끝났다.

AI는 일주일 동안 일곱 번 사서 다섯 번 손절하며 평가액이 계단처럼 내려갔다. 표대로 사고파는 초파리 뇌도 두 번 사고팔아 모두 잃었다.
AI는 일주일 동안 일곱 번 사서 다섯 번 손절하며 평가액이 계단처럼 내려갔다. 표대로 사고파는 초파리 뇌도 두 번 사고팔아 모두 잃었다.

AI도, 초파리도 모두 ‘손실’

7일 동안 AI의 최종 성적은 -4.79%, 표대로 사고판 가상 초파리는 -4.24%였다. 둘 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2.61%)보다 더 잃었다.

매일 기억을 쌓고 매매일지까지 쓴 AI가 0.15초면 모든 것을 잊는 가상 초파리보다 조금 더 잃은 셈이다.

AI와 같은 차트 정보를 사용하지만, AI 없이 정해진 규칙 하나로만 사고판 대조군 프로그램은 70번 사고팔아 -4.92%였다. 대조군은 한 번에 평균 0.29%를 잃었고, AI는 한 번에 평균 2.88%를 잃었다.

판단하는 AI와 규칙만 따른 프로그램, 기억 없는 가상 초파리의 최종 성적이 모두 비슷했다.

AI 없이 정해진 규칙 하나로만 사고판 대조군 프로그램은 70번 사고팔며 한 번에 평균 0.29%씩 잃었고, AI는 5번 사고팔며 한 번에 평균 2.88%씩 잃었다.
AI 없이 정해진 규칙 하나로만 사고판 대조군 프로그램은 70번 사고팔며 한 번에 평균 0.29%씩 잃었고, AI는 5번 사고팔며 한 번에 평균 2.88%씩 잃었다.

초파리의 습성을 옮긴 가상 초파리 30마리 군집은 같은 7일 동안 252번 사고팔아 4.42%를 벌었다. 다만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를 기준으로 계산한 성적이다. AI와 표대로 사고판 가상 초파리처럼 국내 거래소 수수료를 내면 손실로 바뀐다.

한편 가상 초파리가 왜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는지, 실험 전체를 처음부터 되짚는 검토도 이어졌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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