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심 뒤집고 전 공정 ‘보안작업’ 인정…사측 항고 인용
“배양·정제 중단 땐 변질·부패”…위반 시 1회당 2000만원 지급
사측 “상생 노력 지속”…26일 3주 총파업 앞둔 노조 동력 타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2차 총파업 예고를 열흘 앞두고 세포 배양부터 원액 충전까지 핵심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9개 전체에 대해 ‘쟁의행위 금지’ 결정을 내렸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 생산라인 전반을 쟁의 기간에도 중단 없이 가동해야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보안작업’으로 인정한 판결로, 오는 26일부터 3주간 총파업을 예고했던 노조의 파업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16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금지가처분 항고심에서 1심 결정을 변경하고, 사측이 신청한 9개 생산공정 전체에 대한 쟁의행위 금지와 간접강제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업무가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2000만원씩을 사측에 지급하도록 강제했다.
쟁의행위가 전면 금지된 대상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의 핵심 공정 전체다. 구체적으로는 배양 단계인 ▷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등 4개 작업과, 정제 단계인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5개 작업을 포함한 총 9개 공정이다.
앞서 지난 4월 23일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전체 9개 공정 중 후반부 3개 공정(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연관 버퍼 제조·공급)에 대해서만 가처분을 인용하고 배양 등 전반부 공정 신청은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화학적 합성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원료로 증식·정제하는 바이오의약품 제조의 연속 공정 특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조법 제38조 제2항이 규정한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보안작업)’의 법리를 폭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보안작업은 정상적인 수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의미한다”며 “이는 개별 사업장의 산업적 특성과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평가돼야 하며, 어떠한 작업이 생산과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안작업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세포주가 일단 해동되면 영양분을 소모하고 독성 부산물을 배출하는 동적 상태에 놓여 공정 중단 시 실시간으로 부패·변질이 진행된다는 점, 설비 내 단백질 잔여물 방치 시 작업시설 손상 위험이 크다는 사측의 소명을 전면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으로 오는 26일부터 3주간 대규모 2차 총파업을 단행하려던 노조의 투쟁 동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는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차단됐을 뿐 아니라, 이를 위반해 조업을 방해할 경우 회당 2000만 원의 배상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노조가 사후조정 결렬 직후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갈등 전선을 넓히던 상황에서 나온 사법부의 판단인 만큼, 파업의 실효성 자체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원 결정에 대해 “회사가 위법한 쟁의행위를 예방하고자 신청한 생산공정 전체가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인 보안작업에 해당하므로,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와 같이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결정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이번 결정에 따라 9개 공정 모두 평상시와 동일한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차질 없이 수행돼야 할 것”이라며 “회사는 향후에도 안정적인 생산 운영과 더불어 상생의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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