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법보종찰 해인사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경남 합천군 해인사 법계탑 마당에서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8만1천352장)을 새롭게 판각하는 것을 기념하는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告佛式)’을 봉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팔만대장경 전체를 한 본 더 판각(제작)하는 이번 불사는 약 800년 전 대장경 조성에 담긴 정신과 원력(願力·염원)을 현시대로 잇기 위해 마련됐다.
29일부터 시작해 판각 완료까지 5∼10년가량이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다.
판각에는 해인사가 전통 판각 기술 교육·전승과 대장경 조성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한 전담 기구인 해인사 장경도감 산하 판각학교의 스님과 졸업생 등 100여명이 참여한다.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고불식은 대장정이 시작됐음을 부처님 전에 고하고 세계에 알리는 출발점이다.
행사에는 해인사 방장 대원 대종사와 주지 혜일스님을 비롯한 대한불교조계종 주요 스님, 문화체육관광부·국회·경남도·합천군 관계자, 국가유산 전문가, 판각학교 교육생 등이 참석한다.
행사에 앞서 낮 12시 30분 법보전 앞마당에서는 이번 불사의 원만한 성취를 기원하는 ‘만일기도’가 봉행 되며, 오후 3시부터는 전통 대장경 판각의 실제 과정을 선보이는 시연이 펼쳐진다.
해인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현존 팔만대장경 경판을 단순히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800년 전 몽골의 침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발원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목판에 새긴 고려인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전쟁과 기후변화, 공동체 단절 등 21세기 인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치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사람 손으로 직접 글자를 새기는 수행적 가치를 조명한다.
대장경 디지털화와 다국어 번역 등 기술적 노력도 병행하지만, 나뭇결을 살피며 한 글자씩 정성과 참회, 발원을 담아내는 인간의 마음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판각학교를 중심으로 목판 제작을 넘어 전통 기술과 수행 정신을 다음 세대에 이어줄 ‘사람’을 길러내는 전승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인사는 앞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 학술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팔만대장경을 과거에 머문 유산이 아닌 미래 세대와 호흡하는 ‘살아 있는 문명유산’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은 “800년 전 선조들이 나라를 위해 대장경을 새겼다면, 오늘 우리는 사람과 생명, 평화와 인류의 미래, 그리고 다음 천년을 살아갈 인간의 마음을 다시 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husn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