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社 IPO 본격화…‘똘똘한 하나’ 전략 한계 부각

IDC·가트너 “작업에 맞는 모델 골라야”…저비용 고효율 라우팅 부상

오픈라우터, 3달새 인수추정가격 5배 점프 …AI 생태계 확장은 진행형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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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인공지능(AI) 모델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현실화하는 동시에 여러 AI 모델을 연결하고 골라 쓰게 하는 라우팅 사업에도 자본이 몰리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이르면 이달 말~10월 초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오픈AI(OpenAI)도 비공개로 IPO를 신청했다. AI 시장의 경쟁이 모델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늘어난 모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로 넓어지고 있다.

앤트로픽의 상장은 대형 AI 모델 기업의 가치가 공개시장에서 직접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등록신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이르면 9월 말~10월 초 상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오픈AI도 최근 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대형 AI 모델 기업의 상장이 잇따라 현실화하고 있다.

AI 모델이 많아지면서 ‘가장 좋은 모델 하나’를 고르는 것만으로는 비용과 성능을 함께 잡기 어려워졌다. 챗GPT·클로드(Claude)·제미나이(Gemini)를 비롯해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면서 성능과 가격, 응답 속도에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문서 요약이나 분류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쓰고, 복잡한 코딩이나 추론에는 고성능 모델을 투입하는 식이다. 모든 작업에 고성능 모델을 쓰는 것보다 업무에 맞는 모델을 골라 쓰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라우팅(Routing)’이다. 라우팅은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여러 AI 모델 가운데 적합한 모델을 골라 보내는 기술이다. 교통 관제 시스템이 목적지와 교통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경로로 차량을 보내듯, AI 요청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사용할 모델을 골라 연결하는 방식이다. 간단한 번역이나 문서 분류는 저렴한 모델에 맡기고, 복잡한 코딩이나 추론은 고성능 모델에 보내는 식이다.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응답 속도 등을 함께 따져 선택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AI 사용 비용을 관리하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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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 선택이 여러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라우팅 시장의 성장 기반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2028년까지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의 70%가 여러 모델 가운데 작업에 맞는 모델을 골라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의 모델이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모델을 조합하는 서비스가 상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라우팅 작업은 업무마다 적합한 수준의 모델을 배정하는 작업이 핵심적이다. 모델 사용 비용을 줄이면서 필요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단순한 업무에는 저렴한 모델을 쓰고, 높은 판단력이 필요한 업무에는 고성능 모델을 투입하는 ‘추론 티어링(Inference Tiering)’ 작업이 AI 모델 사용자에게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우팅의 중요성은 AI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더 커지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한 번의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검색하고 다시 판단하는 등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AI 모델에 수차례 요청을 보낸다. AI 모델에 요청을 한 번 보낼 때 드는 비용이 저렴해지더라도,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요청 횟수가 늘어나면 전체 비용 관리가 어려워진다.

가트너는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드는 추론 비용이 2028년까지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모델을 구독할 때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닌 기본 상품을 구독하는 것만으론 비용 증가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업무의 난이도와 목적에 따라 필요한 모델을 골라 쓰는 라우팅이 비용 관리에서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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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사례도 나왔다. 석 달도 안 돼 기업가치가 5배 이상 뛴 오픈라우터(OpenRouter)다. 오픈라우터는 400개 이상의 AI 모델을 연결해 개발자와 기업이 여러 모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신에 따르면 오픈라우터는 지난 5월 시리즈B 투자에서 약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뒤 8월 70억~80억달러(약 9조8000억~11조200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결제업체 스트라이프(Stripe)에 인수됐다.

AI 모델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실제 활용 영역으로 넓어지면서, 여러 모델을 연결하거나 모델이 실제 사용되는 접점을 확보하는 기업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라우팅 업체를 확보하면 여러 AI 모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개발자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기존 사업과 AI 모델 활용을 결합하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사업 확장 방향을 가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엔비디아(NVIDIA)의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인수 추진설도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허깅페이스는 AI 개발사들이 만든 다양한 오픈웨이트 모델을 올려두고 개발자와 기업이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를 129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거래 무산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를 통해 어떤 AI 모델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 하드웨어에서 구동되는지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모델 활용 영역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 반도체 기업까지 모델이 실제 사용되는 영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활용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모델을 연결하고 선택하는 라우팅은 이 같은 ‘활용 영역’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여러 AI 모델을 연결해 사용자의 요청에 맞는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서비스가 확산되면, 사용자는 GPT인지 클로드인지와 같은 모델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결과물을 이용할 수 있다”며 “라우팅 사업자는 모델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을 뿐 아니라 어떤 모델에 대한 개발자들의 수요가 커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 모델 계층에서 라우팅으로 넘어오는 주도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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