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나란히 상장…국내 순매수, 중지이노라이트가 CXMT 2배

‘반도체 굴기’ CXMT는 ETF…‘글로벌 AI 인프라’ 중지이노라이트는 홍콩 직구 가능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공장 입구의 로고.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XMT는 장중 470% 급등하며 한때 중국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AFP=연합]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공장 입구의 로고.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XMT는 장중 470% 급등하며 한때 중국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AFP=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중국 AI 투자도 두 갈래로 갈렸다. 지난달 27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 과창판(STAR Market)에 상장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며칠뒤인 30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AI 광모듈 기업 ‘중지이노라이트’(Zhongji Innolight)에 두 배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두 종목 모두 중국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는 기업이지만, 투자자들이 선택한 성장 스토리는 달랐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CXMT 상장 이후 최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중지이노라이트가 약 3852만달러(약 578억원), CXMT가 약 1671만달러(약 251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와 빅테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권에서 중지이노라이트는 14위, CXMT는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중국 반도체 대표주지만 투자 포인트는 뚜렷하게 갈린다. CXMT는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메모리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중국 반도체 굴기’에 투자하는 종목이다. 반면 중지이노라이트는 엔비디아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기업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두 성장 스토리 가운데 후자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첫날 본토 시총 1위…‘중국 굴기’ 메모리 자립에 투자하는 CXMT

CXMT 상장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D램 수요국이지만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메모리 자립은 중국 정부의 핵심 산업 전략으로 떠올랐고, CXMT는 그 전략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이번 상장은 중국 메모리 산업이 처음으로 자본시장의 본격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증권가는 이번 상장을 중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투자 확대 신호로 해석했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CXMT 상장은 중국 반도체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증설과 생산라인 고도화가 본격화되면 중국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기대도 그만큼 컸다. CXMT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 기준 중국 대표 기술주 반열에 올랐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빠르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메모리 산업의 성장성과 현재 기술 경쟁력은 구분해 바라보는 모습이다. 범용 D램에서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AI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는 현시점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사는 아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CXMT의 공격적인 증설이 이어지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고객층과 직접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류성(Liu Sheng) 중지이노라이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운데)가 지난달 30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서 열린 중지이노라이트 기업공개(IPO) 기념식에서 보니 찬(Bonnie Chan) HKEX 최고경영자(왼쪽), 마이클 웡(Michael Wong) 홍콩 재무장관 권한대행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AFP=연합]
류성(Liu Sheng) 중지이노라이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운데)가 지난달 30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서 열린 중지이노라이트 기업공개(IPO) 기념식에서 보니 찬(Bonnie Chan) HKEX 최고경영자(왼쪽), 마이클 웡(Michael Wong) 홍콩 재무장관 권한대행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AFP=연합]

중지이노라이트,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 ‘광모듈’ 강자…홍콩 상장으로 투자접근성↑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더 큰 성장성을 본 곳은 메모리가 아니라 AI 인프라였다. 중국 메모리 자립보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더 빠르게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지이노라이트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광모듈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다. 광모듈은 AI 반도체(GPU)와 서버,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빛(광신호)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서버는 GPU를 많이 연결할수록 성능이 높아지지만, GPU끼리 데이터를 제때 주고받지 못하면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없다. 광모듈은 이런 병목현상을 줄여 AI 서버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날수록 광모듈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중지이노라이트는 이 시장의 대표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카운팅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광인터커넥트 솔루션 시장 점유율은 21.2%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매출의 약 60%를 미국 시장에서 거뒀다. 중국 내수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서버 성능이 높아질수록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차세대 광통신 장비 수요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중지이노라이트는 차세대 광통신 기술과 대규모 양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반영해 중지이노라이트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고성능 광모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중지이노라이트가 차세대 광통신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투자 접근성도 순매수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중지이노라이트는 2012년부터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하기에는 접근성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홍콩 증시에 H주를 상장하면서 일반 홍콩주처럼 비교적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CXMT는 상하이 과창판(STAR Market) 상장사로 국내 개인투자자의 직접 거래가 쉽지 않다. 다만 시장에서는 접근성보다 ‘중국 메모리 자립’보다 ‘글로벌 AI 인프라’의 성장성이 더 빠르게 실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순매수 규모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창판 상장 기업은 접근성과 거래 제도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 투자에는 관련 ETF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개별 종목보다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의 구조적인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