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너무 위험해 공개하지 못한다.”
지난 4월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은 자사의 최신 AI 모델을 두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델 이름은 ‘미토스(Mythos)’.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범용 AI로 개발했지만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고 판단해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주요 기업 12곳과 기관 40곳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구축해 제한적으로만 접근을 허용했습니다.
미토스는 27년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OpenBSD의 결함을 찾아냈고 AI의 행동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쳐둔 ‘샌드박스’까지 뚫고 나왔습니다. AI가 스스로 공격 경로를 찾아 실제 침투까지 수행할 수 있는 ‘해커’로 진화한 셈입니다.
‘미토스 쇼크’를 계기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1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주가는 연초 이후 108% 급등했습니다. 6개월 수익률은 148%에 달합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연초 이후 88% 상승했습니다. 지난 13일 두 종목은 각각 396달러, 225.53달러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뜬 ‘사이버보안’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데요. 사이버보안 역시 AI 생태계를 떠받치는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게 국내외 증권가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실제로 ‘미토스 쇼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사례가 등장했는데요. 지난달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솔 5.6’은 사이버 공격 능력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샌드박스 환경을 벗어나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로그인 정보를 탈취해 서버를 해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이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 역시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직접 코드를 분석하고 취약점을 찾아내면서 공격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여러 공격 방식을 빠르게 비교해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해킹의 자동화까지 가능합니다. 공격자가 AI를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방어자 역시 AI로 맞서야 하는 ‘창과 방패’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셈인데요.
미국 금융 서비스 회사 모닝스타는 오픈AI의 해킹 사례를 두고 “프런티어 AI 모델들의 공격적 사이버 역량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AI가 사이버 역량을 둘러싼 군비 경쟁(arms race)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AI 군비 경쟁’은 기업들의 보안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안은 “미토스 쇼크 이후 보안이 AI 도입의 필수 인프라로 재분류되며 기업 보안 지출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월가 족집게’로 불리는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글로벌기술리서치 책임은 사이버보안을 AI 시대의 장기적인 승자로 꼽았습니다. 그는 “사이버보안이 선택적인 지출 영역이 아니라 AI 기술 체계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며 향후 3년 안에 사이버보안 지출이 두 배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에이전트 AI는 사람의 지시없이 시스템과 데이터에 접근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만큼 보안이 뚫릴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를 위해서는 확실한 보안 능력이 선행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서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SaaS) 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통합 보안 플랫폼 기업…월가 눈높이도 ‘업’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이버보안 기업으로 글로벌 사이버보안 대장주로 꼽힙니다. 시가총액은 18일 기준 3049억달러(약 428조5674억원)에 달합니다.
2005년 팔로알토는 ‘차세대 방화벽’이라는 단일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등장했는데요. 하드웨어 판매 중심에서 SaaS와 클라우드 구독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하며 AI 기반 통합 보안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팔로알토의 성장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플랫폼화’입니다. 기업들은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영역별로 수십 개의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 관리해왔습니다. 팔로알토는 네트워크부터 클라우드, AI 기반 보안운영센터(SOC)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팔로알토의 성공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요. 회사는 창립 이후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쳐 총 24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했습니다. 새로운 보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검증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빠르게 인수해 관련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지난 2월 진행된 사이버아크 인수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거래 금액은 250억달러에 달했는데요. 사이버아크는 권한접근관리(PAM)와 아이덴티티 보안 분야에 강점을 지닌 사이버보안 기업입니다. 팔로알토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인간뿐 아니라 머신과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신원을 통합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보안 역량을 확보했습니다.
3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성장세는 이어졌습니다. 팔로알토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주당 0.22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주당 0.37달러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매출과 향후 실적 전망은 시장의 눈높이를 웃돌았습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9억4000만달러를 상회했습니다.
4분기 매출도 33억5000만~33억6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시장 예상치 32억8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 역시 114억2000만~114억3000만달러로 높여 잡았습니다. 시장 전망치인 112억9000만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팔로알토는 보안 업계 전체 성장 전망치를 기존 5~8%에서 10~12%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김재임 연구원은 “AI 관련 수요가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 소버린 인프라 사업자 등 신규 고객군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보안 하드웨어 시장과는 다른 추가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월가도 잇따라 팔로알토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지난 17일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420달러에서 475달러로 상향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목표주가를 320달러에서 387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김진구 연구원은 “회사는 보안 프로세스의 전 단계를 넓게 커버할 수 있는 보안 플랫폼 솔루션 업체로 발돋움 중”이라면서 또한 “AI 에이전트 대응 능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