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 사라진 검찰 수사권
경찰 수사 집중…탐정 시장 기대감
피싱 증거 확보부터 성추행 무고까지
폭넓은 형사사건 증거수집 조력자
경찰 내부서도 “퇴직 후 길 열릴 것”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형사소송법(형소법)의 개정으로 ‘탐정’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 사건의 수가 늘어나면, 피해자 또는 피해자를 대리한 민간 영역의 증거 수집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탐정업은 제도화되지 않은 ‘진공상태’지만, 현재도 제한적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 수집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경찰 또한 내부적으로 탐정 시장 확대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이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탐정업계는 최근 형소법 개정으로 탐정 시장 제도화 및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금석 한국공인탐정협회장은 “이제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면 민형사상 증거·자료 수집을 위한 민간 조사 영역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민생 사건 등에 대해 경찰이 사실상 ‘유일’의 수사기관이 되면서 수사해야 할 사건의 수가 증가하면 신속한 수사 진행을 보조하는 민간 영역 조사에 대한 수요가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탐정·경호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현직 탐정도 “현재는 변호사로부터 증거 수집 업무를 위임받아서 제한적으로 하기도 한다”며 “향후 로펌 등에 탐정이 소속되거나 변호사로부터 위임받는 형태의 업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탐정, 형사사건 초기 수사 조력자 역할
지금도 형사사건 당사자가 조력을 받기 위해 탐정을 찾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 시 단서가 되는 자료를 미리 준비해 놓는 식이다. 가령 보이스피싱 및 사기 피해자가 피해 발생 초기에 탐정을 찾으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피해 내역 또는 폐쇄회로(CC)TV 등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
형사 출신 박민호 맥가이버탐정사무소 탐정은 “보이스피싱 피해 직후 신고를 해도 수사 착수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간이 길어지니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CCTV 기록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억9000만원의 피해를 본 의뢰인이 왔는데, 바로 피해자를 대동해서 현장에 가서 영상부터 확보했다”며 “탐정은 영장이나 조사권 등이 없으니 피해자와 다니면서 읍소하는 식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탐정은 탐정 생활 동안 형사사건의 양상을 뒤집을 증거 확보를 도운 적도 있다. 과거 서울 마포구 한 술집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가 박 탐정을 찾아왔다. 피의자는 “술집 사장이 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술집에 있는 동안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사건을 의뢰했다.
박 탐정은 사건 발생일 기준 술집의 출입문이 촬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찾아 헤맸다. 차량을 찾고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피해자의 주장은 엉터리였다. 피해자가 주장한 피해 발생 시간 동안 피해자는 가게 밖에 나와 있던 것. 의뢰인은 결국 무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형사사건 조력을 위한 탐정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현재 탐정업은 ‘진공 상태’다. 탐정업의 범위를 정하는 법률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관련 법은 2020년 8월 개정된 신용정보법이다. 이 법으로 신용정보회사가 아닌 경우에도, 영리활동을 위해 ‘탐정’이라는 명칭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특정인의 소재 또는 연락처를 파악하는 제한적인 범주의 행위만 가능한 상태다. 제도적 미비로 일명 ‘심부름센터’ 또는 ‘흥신소’와도 혼재돼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범법행위자로 전락하기도 십상이다. 박 탐정은 “자료 수집 시 주의하지 않으면 스토킹처벌법, 정보보호법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주거지 침입 등으로 처벌받을 염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확대되는 탐정 시장…경찰 내부서도 반색
제도 공백 속에 탐정 시장 확대의 조짐은 이어지고 있다. 탐정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탐정 자격을 인증하는 자격증의 수도 늘고 있다.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민간 자격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탐정’ 관련 자격증은 13일 기준 ‘135개’다. 지난 2008년부터 법 개정 직전인 2019년까지의 12년 동안 등록된 탐정 자격증은 5건이었는데, 법 개정 이후 불과 7년 만에 27배 증가한 것이다.
탐정업 종사자 수도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의 종사자 수는 꾸준한 증가세다. 2020년에는 179명이었던 종사자는 ▷2021년 289명 ▷2022년 326명 ▷2023년 360명 ▷2024년 53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탐정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찰의 수사를 민간 영역에서 보조하는 동시에 수사 경험이 풍부한 퇴직 경찰의 취업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사건을 다 소화할 수 없는 경우 탐정에 조사 능력이 분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교통사고 건수가 워낙 많아 각 사고의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때 탐정에게 의뢰해서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면 분산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경찰들이 20~30년 수사를 했는데, 결국 수사관으로 퇴직하면 갈 데가 없다“라며 “전문 인력들이 사장된다. 전문성을 갖춘 퇴직 경찰이 사장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면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