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전고점(종가 기준 3305.21)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지수가 지난 1일 돌연 급락하며 3200선을 내줬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매도 폭탄을 쏟아낸 영향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한 여파가 컸고 예상보다 후퇴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최고 세율 35%) 등이 찬물을 끼얹었다. 연말에 세금 회피성 매물이 쏟아져 주가 폭락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16조원이 증발했다. 이대로면 코스피지수가 과거 박스권 상단인 27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제 개편안 발표 후 국회 국민 청원게시판에는 반대 청원이 들끓었고 사흘 만에 10만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들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 국민의 자산을 늘리고, 기업 투자도 촉진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열광했던 투자자들이다. 경영계의 반발에도 통과시킨 주주 충실의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은 이들의 신뢰를 두텁게 했다. ‘이재명 효과’에 글로벌 증시에서 바닥을 기던 코스피의 상승률은 한때 아시아 증시 1위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증시 부양과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주주 양도세 확대(2조3000억원)와 증권거래세(2000억원) 인상에 따른 연간 세수 증대 효과도 지난 1일 사라진 시총(116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와 국회가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증시 향배가 갈릴 것이지만, 여당은 지도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혼선을 빚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주주 기준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 과제를 위한 수백조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며 “주식 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하지만 선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시장과 여당의 논의를 더 지켜보겠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
지금은 재정난을 돌파하기 위한 정부의 증세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국면이다. 재정적자를 해결하면서도 증시에는 긍정적 효과를 주는 해법은 지난한 과제이다. 주식 부자, 대기업을 겨냥한 손쉬운 증세가 되레 개미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하고 성장과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오른쪽 깜박이를 켜는 데 여당은 왼쪽으로 가는 엇박자로 시장 혼선을 부채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m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