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연합]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핵심은 방송을 통해 쌓은 이미지와 실제가 다르다는 비판입니다. 방송에서 자영업자들의 잘못을 호되게 질책해 통쾌함을 안겨줬는데, 정작 본인과 더본코리아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지역 상생’ 이미지도 진심이 아닌 상술이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과연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헤럴드경제는 지난 14~18일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백 대표 논란의 핵심이 뭐라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총 응답자 419명 가운데, 60.1%인 252명이 ‘본인이 방송에서 강조한 요식업자의 덕목을 정작 자신은 지키지 않았다’를 꼽았습니다. 백 대표의 ‘내로남불’에 대한 대중들의 배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본코리아 주가 폭락’은 5.3%(22명),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은 4.3%(18명)을 꼽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반면 ‘논란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응답도 30.3%(127명)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흑백요리사’ ‘상장 대박’ 승승장구…‘빽햄’ 논란에 추락 시작

백종원 대표가 빽햄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백종원’ 채널 캡처]
백종원 대표가 빽햄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백종원’ 채널 캡처]

백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습니다. 9월엔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흥행에 크게 성공했고, 10월엔 더본코리아의 상장 공모가가 기대(2만3000~2만8000원)를 뛰어넘는 3만4000원에 결정되며 대박이 터졌습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6월부터 ‘수익이 약속에 크게 못 미친다’고 들고 일어나며 논란이 일었지만 크게 타격이 되지 않을 만큼의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더본코리아의 통조림 햄 제품인 ‘빽햄’ 논란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빽햄의 정가를 부풀려 책정해 놓고 할인해주는 것처럼 속였다는 지적, 할인했는데도 타사 제품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내로남불’ 논란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백 대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가격을 낮추라’는 식의 컨설팅을 많이 했는데, 정작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은 비싸게 판매한다는 지적입니다. 미인증 조리도구를 사용한 문제, 원산지를 잘못 표기한 문제 등도 잇따라 불거지면서, 백 대표가 방송에서 자영업자들에게 했던 지적들이 하나 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수사 중인 더본코리아 관련 사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총 14건입니다.

폐점률 70% 가맹점주들의 눈물…“이건 우리 짬뽕이 아니다”가 지핀 분노

2024년 6월 18일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2024년 6월 18일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더본코리아 가맹점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내로남불’ 논란과 닿아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가맹점마다 음식의 질이 편차가 크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도 “더본코리아 가맹점 관리나 잘하라”는 지적이 많았을 정도로 오랜 문제입니다. 더본코리아 산하에는 25개 프랜차이즈가 있는데 가맹점 폐점률은 ‘빽다방’, ‘역전우동’, ‘롤링파스타’, ‘홍콩반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 이상으로 높은 편입니다. 매년 10개 중 1개 이상이 망한다는 얘기입니다. ‘연돈볼카츠’는 최근 폐점률이 70%를 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벼랑 끝 투자자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특성상 별 다른 기술이나 노하우도 없고, 취업도 쉽지 않은 이들이 생계를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어렵사리 가게를 차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준 백 대표의 관리 능력을 믿고 말입니다. 그들의 폐점은 단순한 투자 실패 이상의 무거운 사건입니다. 백 대표의 말마따나 “점주들의 생명줄이 달려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백 대표는 연돈볼카츠 폐점 논란에 진지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는 한 ‘홍콩반점’ 가맹점에서 맛과 양이 부실한 짬뽕을 먹어보고는 “이건 우리 짬뽕이 아니다”라고 말해, ‘가맹점 관리 책임을 남 탓 한다’는 비판을 샀습니다. 가맹점 문제를 공개하고 직접 관리에 나서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영상이었지만,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농가 돕는다”며 브라질 산 닭…‘지역 상생’도 가짜 이미지?

백종원 대표는 여러 지역 축제에 참여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 쓰는 모습을 보여 왔다.[백종원 유튜브]
백종원 대표는 여러 지역 축제에 참여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 쓰는 모습을 보여 왔다.[백종원 유튜브]

대중들이 분노하는 또 다른 지점은 백 대표가 내세워 온 ‘지역 상생’이 진심이 아닌 장삿속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 연돈볼카츠는 감귤 맥주를 출시하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차별화 맥주’라 홍보했지만, 감귤 함량이 맥주 10만캔에 감귤 15㎏ 정도로 너무 적어 ‘이거 가지고 농가 한 집이라도 살리겠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우리 목적은 농가를 돕는 것”이라고 말하고 닭고기 밀키트 제품을 홍보했는데, 정작 닭고기는 브라질 산이라는 점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또 더본코리아가 판매하는 된장은 국산 농산물만 이용할 수 있는 농업진흥구역의 공장에서 생산됐는데, 원재료가 모두 수입산이라는 사실이 지적돼 수사 중입니다. 백 대표는 방송을 통해 낙후한 지역 상권을 살리고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로 지역 농가를 일으킨다는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금이 가고 있습니다.

‘슈거 보이’→‘장사 천재’ 반전했는데…이번에도 가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9일 300억원 규모의 가맹점 상생 지원책을 발표했다. 더본코리아는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본사가 전액 부담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한 홍콩반점0410 매장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9일 300억원 규모의 가맹점 상생 지원책을 발표했다. 더본코리아는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본사가 전액 부담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한 홍콩반점0410 매장에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현재의 논란은 더본코리아와 가맹점주들을 위기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가 백 대표 개인의 스타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제입니다. 백 대표의 이미지 추락이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은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실제 최근 논란 이후 더본코리아 가맹점주들은 매출 하락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논란에 사과하고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300억 원 규모 가맹점 상생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가맹점주와 소통을 위한 상생위원회도 꾸리기로 했습니다. 백 대표 역시 방송을 중단했고, 사재 출연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과거 요리에 설탕을 많이 써서 ‘슈거 보이’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지역과 상생하는 외식업계 성공 신화’로 이미지를 반전시킨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 같은 반전이 가능할지 이목이 쏠립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