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보고 회생 계획을 통해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 의지를 밝힌 셈이지만, 먼저 전단채가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는 상품 구매 시 카드사가 발급한 구매전용카드로 거래처에 대금을 결제한다. 카드사는 거래처에 즉시 돈을 주고, 홈플러스에 채권을 갖는다. 하지만 카드사도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길 원해 이 채권을 증권사에 넘기고, 증권사는 이를 기반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자산유동화 전단채를 발행한다. 이 전단채는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되며, 투자금은 카드사에 돌아간다.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대금을 상환하면, SPC를 통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위 구조를 보면, 홈플러스는 결국 투자자의 돈으로 거래처에 거래대금을 결제한 셈이므로 전단채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는 것이다.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면 모두가 윈윈(Win-win)이다. 투자자는 원금에다 이자를 받을 것이고, 거래처는 대금을 빠르게 받으며, 특히 카드사는 전단채를 통해 대금을 이미 회수해 홈플러스 부도 위험에서도 벗어난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부도가 날 경우다. 이때 투자자들만 원금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참고로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는 카드 대금을 100% 유동화해 피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피해복구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2013년 ㈜동양은 부도 직전 전단채 등을 발행해 계열사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통해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동양그룹 회장과 동양증권 대표 등은 상환 가능성이 없음에도 전단채 등을 판매해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해당 투자자들은 동양증권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더불어 투자자들은 ㈜동양 회생 계획에 따른 계열사 주식 매각을 통해 변제받은 현금과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동양 주식을 통해 상당 부분 피해를 회복할 수 있었는데, ㈜동양 주식 가치 회복이 도움이 됐다. 또 다른 사례는 2010년 LIG건설 CP 사건이다. 당시 LIG그룹 총수와 대표는 재무제표를 조작해 신용등급을 속이고 CP를 발행하여 투자자를 기망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후 LIG그룹은 2013년 투자자 전원에게 원금을 상환했다.
이와 비교해, 홈플러스 전단채의 경우 회생절차에서 상거래채권 인정 여부가 다퉈질 것으로 보이고, 유통업황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회생절차에서의 손해 회복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고, 형사처벌 여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LIG처럼 MBK 차원의 책임 인정도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번 전단채는 동양처럼 한 계열증권사가 아닌 여러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기에, 개별 판매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홈플러스 관련 사안은 검찰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형사처벌이 현실화할 경우, 민사 절차로 이어질 것이다.
위 구조를 보면, 투자자들을 제외한 모든 참여자가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었던 반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투자자만 전액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이는 문제 있는 결과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가 말해줄 것이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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