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그건 미군이 틀린거지.”
우리 군 당국자의 자신감 있는 한 마디. 미군 전략사령부와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미사일 분석 결과가 왜 다른 지에 대한 우리 군 인사의 답변이다.
3일 오전 발사된 북한 탄도 미사일에 대한 분석을 놓고 한국과 미국 군 당국 간에 뜻하지 않은 자존심 대결이 벌어졌다.
우리 군은 “북한이 오늘(3일) 오전 7시50분경 황해남도 은율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해 북한 미사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해상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 미 전략사령부는 북한이 이날 노동 미사일 2발을 동시에 발사했고 1발은 발사 즉시 공중폭발, 1발은 북한 내륙 지역을 건너 일본 해상까지 날아갔다고 밝혔다.
한미간 분석은 유사하지만 2가지 면에서 결정적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군은 1발이 발사됐다고 분석했지만 미군은 2발이 발사됐다고 봤고, 우리 군은 발사 장소로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를 특정했지만 미군은 황해북도 황주군 서부지역을 지목했다. 황해남도 은율군이 황해북도 황주에 있으니 둘 다 비슷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명이 달랐으니 큰 차이점이 아닐 수 없다.
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같은 현상을 놓고 우리 군과 미군이 차이점을 보였을까.
합참 측에서는 미군이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북한이 1발 발사했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몇몇 매체에서 미 전략사령부 발표를 보고 스스로 알아서 북한이 2발 발사했고 그 중 1발은 공중폭발, 1발은 무리없이 비행한 것으로 내용을 수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북한이 1발 발사했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 2기에서 발사한 걸 관측했지만, 1발은 발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같은 현상을 모두 관측했지만, 해석상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미군은 공중 폭발한 1발을 북한이 발사한 1발 안에 포함시켰고, 우리 군은 애초에 그 1발을 발사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노동 미사일은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되며, 탄두 중량 700㎏ 상당의 재래식 폭탄, 화학탄은 물론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발사 장소를 우리 군은 황해남도 은율로 발표하고, 미군은 황해북도 황주 서부지역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질문에 군 관계자는 바로 그 문제의 답변을 ‘시전’했다.
“그건 미군이 틀린거지.”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왠지 우리 국력이 한층 높아진 기분이다.
이 관계자는 “미군보다는 우리가 북한 지역을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지역 분석에 있어서는 미군이 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론, 미군 역시 황주 서부지역이라고 지칭했고, 은율이 황주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미군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이 장면에서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바는 같은 현상을 놓고 분석하는데 있어 강력한 동맹관계를 자랑하는 한미간에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서로에게 악의는 없다. 다만 주어진 임무에 나름의 기준을 갖고 최선을 다해 임한다는 점에서 선의의 경쟁이란 표현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