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국방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드를 국방 예산 한 푼 안 들이고 국내에 배치할 수 있는 묘수를 부렸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국방부 외에 사드를 환영하는 곳을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
국방부는 지난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지금까지 미 정부의 공식적인 사드 관련 요청이나 협의, 양국간의 결정이 없었다는 3무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다 올해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강행하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가 감행되자 그날 한미의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를 공식화했다.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우리 측이 부지 등을 제공할 뿐 장비와 운용 비용은 모두 주한미군의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필요해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필요해서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 측에 연간 약 1조원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데, 향후 방위비 분담금이 높아져 결국 사드 비용을 우리가 간접적으로 내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지난 2014년 6월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쳤고, 이 협상은 앞으로 5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의 급격한 인상도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2014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은 약 9200억원을 냈다. 이후 5년간은 물가인상률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분담금이 증액된다.
결국 주한미군이 자비로 사드를 들여오도록 함으로써 국내에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과 함께 사드도 배치해 국내 방어망을 패트리엇의 하층 방어망(15~40㎞), 사드의 고층 방어망(40~150㎞)으로 다층화할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국방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아 일거양득이라는 것이다.
사드 1개 포대 구축 비용은 약 1조~1조5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방산 비리 등이 크게 불거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비리 부처’로 낙인찍힌 국방부 입장에서는 1조원이 넘는 무기를 국내에 수입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도입한 것에 대해 크게 칭찬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드 부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만큼 국민들로부터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사드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유승민(대구 동을), 원유철(경기 평택갑) 의원의 지역구가 사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국내 여론이 한바탕 내홍을 겪은 상태이고, 사드 후보지로 한 번씩 거론된 경북 칠곡(왜관), 부산 장기, 경기 평택, 강원 원주, 전북 군산, 충북 음성 등에서는 ‘사드 결사 반대’가 지역 여론의 대세가 됐다.
이어 경남 양산, 경북 성주 등 추가로 거론된 곳에서도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역 민심이 사드에 등돌리는 이유로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영향에 대한 우려, 사드가 배치되면 그 일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이는데 따른 재산권 침해, 군사시설 배치에 따른 환경 피해 등이 꼽힌다.
지난달 23일 ‘사드 음성지역 배치 결사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킨 충북 음성군의회 결의문에는 “충북도와 음성군은 주민의 건강과 안전한 미래를 위해 죽음의 땅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는 문구가 담겼다.
그보다 앞선 지난 22일에는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백해무익한 사드의 충북 배치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드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은 모두 빠짐없이 ‘사드 결사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국방부는 점점 난감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는 사드 후보지가 최종 결정은 되었지만, 후보지 발표는 하지 않는 애매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후보지 발표를 언제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후보지가 최종 낙점되었다면서 후보지 공개를 언제 공개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