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황인무 국방차관이 경북 성주로 향하던 헬기를 다시 서울로 돌렸다.
황 차관은 13일 12시경 경북 성주로 향하는 헬기를 탔다. 성주군으로 직접 가 군민에게 사드 배치지역으로 결정된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주 군민들의 성난 민심이 예상보다 거셌다.
국방부 측은 성주 군민 총 인구가 4만5000여명으로 칠곡(12만명)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는 점, 특히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읍 성산리 일대에 거주하는 인구는 1388가구 280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기반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인구가 적다 보니 사드 배치에 따른 반발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국방차관이 헬기를 타고 서울 상공을 떠나던 무렵, 성난 성주 군민들 전체 인구의 9분의 1에 해당하는 5000여명이 이미 이날 오전 성주읍 성밖숲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범국민궐기대회를 마친 상태였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는 “사드 배치는 군민 4만5000명의 60%가 참외 농사를 짓는 성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항곤 성주군수 등 10여명은 혈서를 쓰며 사드 배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명했다. 궐기대회에는 당초 예정된 200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은 5000여명이 모였다. 김 군수를 위시한 성주 범군민비상대책위는 궐기대회를 마친 뒤 버스 5대를 빌려 서울 용산 국방부로 향했다.
김 군수는 국방부 차관이 성주로 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국방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 3시 발표를 앞둔 시점에 설명회란 형식을 갖추려는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군수 독단으로 움직일 수도 없다. 비상대책위 중심으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벌인다”며 국방차관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국방차관은 상공에서 항로를 바꿔 다시 서울 용산 국방부로 돌아왔다. 성주로 가봤자 설득해야할 핵심 대상들이 모두 서울 용산 국방부로 항의 시위를 간 상황에 만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용산 국방부 헬기장에 헬기가 1대 내렸다.
국방부는 잠시 후 “주한미군 배치 지역 선정과 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들이 현지(경북 성주)를 방문해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지자체 군수와 의장이 국방부를 방문하기로 함에 따라 오늘 4시경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국방부 차관과 당국자들이 만나 설명하는 것으로 변경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