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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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노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요양원에 대해 장기요양시설 지정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설 내 노인 집단폭행, 요양보호사의 폭행 등으로 사망했지만 정상적인 요양원 운영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A사가 서울 은평구청을 상대로 “요양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경기도 파주시에서 B노인요양원을 운영 중이다. 해당 요양원은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2023년 1월 시설에 입소한 노인 C씨는 약 3주 만에 급성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경찰 수사 결과 사망 직전 약 일주일간 C씨는 요양원 입소자 2명으로부터 7차례 폭행을 당했고, 사망 전날에는 요양보호사 D씨로부터 얼굴을 맞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청은 2023년 8월 장기요양시설 지정을 취소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시설 제재 사유인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경우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를 방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사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종사자 폭행 사건이 있었어도 시설의 장이 주의·감독 의무를 다했다면 예외에 해당해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B요양원 원장이 노인학대 예방 교육을 수시로 실시했고, 노인 인권 체크리스트, 만족도 조사, 전담 인력 추가 배치 등 노인 학대·폭행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요양원이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장기요양시설 지정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먼저 제재 사유에 대해서는 B요양원의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폭행 경과를 인지·예방하지 못했고. 요양보호사 D씨의 폭행 장면을 다른 요양보호사가 목격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사고 방지를 위해 취한 교육 등 조치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노인 학대에 해당하는 ‘방임’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에 준하는 정도로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B요양원은 (인지한) 폭행 사건 경과를 확인해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병원 진료를 받도록 했다. 복지팀장은 망인에 대한 집중 관찰 인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이 위반 횟수에 따라 처분의 정도를 달리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곧바로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은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경우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6개월, 2차 위반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행위가 중대해 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해당 기준과 별개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A사가 위반 행위를 했다는 사정은 찾을 수 없다”며 “원고가 평소에 노인학대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했고,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 요양보호사 D가 사직한 점을 참작하면 요양원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요양원의 규모가 상당해 시설 지정이 취소될 경우 생길 불이익도 고려했다. 1심 재판부는 “입소정원 112명, 입소 현원 약 80명으로 지정 취소할 경우 입소자들은 다른 요양기관으로 옮겨야 한다”며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건강증진, 생활 안정을 제공하는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