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공화당·통합아일랜드당, 다른 소수당과 연합 가능성

이민·주택난 쟁점…트럼프 대응 능력도 유권자 관심

IRELAND-ELECTION/
2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선거관리 직원이 투표함 봉인을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아일랜드가 29일(현지시간) 차기 의회 및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거를 실시한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중도우파가 연정을 유지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선거에서는 약 370만명의 등록 유권자가 43개 선거구에서 174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39개 선거구, 160석이었던 하원 의석이 각각 늘었다.

이번 총선은 2020년 2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규정상 총선은 내년 2월까지 치르면 되지만 사이먼 해리스 총리는 최근 친정인 통합아일랜드당과 아일랜드공화당이 주축인 중도우파 집권 연정 지지율이 높고 최대 야당인 민족주의 신페인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아일랜드 선거제도는 단기 이양식 투표(STV·single transferable vote)를 통한 비례대표제다. 각 유권자는 후보별 선호 순위를 매긴다. 유권자 선호 1위 후보가 당선 기준 이상(쿼터)을 득표하면 곧바로 당선되고, 최저 득표자는 탈락한다. 이후 당선자가 얻은 잉여표와 탈락자의 표를 후순위 후보에게로 이양하면서 집계를 거듭한다.

이 같은 복잡한 선거 방식은 유권자의 선호도를 세밀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결과 발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수 정당과 독립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도 높아 과반 다수당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2020년 선거에서도 아일랜드공화당이 38석, 신페인당이 37석, 통합아일랜드당이 35석, 녹색당이 12석을 얻어 아일랜드공화당과 통합아일랜드당, 녹색당이 연정을 구성했다.

현재 판세는 연정을 형성한 정당들에 유리하다.

‘아일랜드 여론조사 지표’의 지지율 종합 분석에 따르면 아일랜드공화당이 21.5%, 통합아일랜드당이 21%의 지지율을 보이고 이어 신페인당 19.5%, 사회민주당 5%, 노동당 4%, 녹색당 4% 순으로 나타났다. 극우부터 좌파까지 포진한 무소속 지지율도 19.5%다.

다만 선거 직전인 지난 25일 발표된 입소스 조사에선 신페인당이 20%로 통합아일랜드당(19%)을 앞질러 2위를 차지했다.

실제 선거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현재처럼 아일랜드공화당과 통합아일랜드가 다른 소수당이나 무소속 의원들과 연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이민과 주택난이다.

인구 540만명의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 난민 10만명을 받았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빈곤과 전쟁을 피하려는 망명 신청자들도 다수 유입됐다. 올해 4월 기준 지난 1년간 유입된 외국인 이민자 수는 12만명에 이른다.

더블린 도심에 망명 신청자들의 텐트촌이 들어섰고 이민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망명 신청자 급증과 다국적 인력 유입으로 주택난은 악화했다.

아일랜드 평균 집값은 2013년 저점보다 150% 폭등했고, 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보다 43% 급등했다. 정부는 25만6000가구가 주택 부족에 시달린다고 보고 있다.

아일랜드에선 독일대안당(AfD)이나 프랑스 국민연합(RN)과 같은 단일 극우 정당은 없으나 반이민을 내세운 개별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추세다.

외신들은 아일랜드가 다른 서방 국가보다 재정이 탄탄한데도 이민과 주택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다수 유치한 아일랜드는 이들 기업에 고용과 세수 등을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재정 흑자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재정 흑자의 혜택이 일반 국민에겐 닿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아일랜드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여파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일랜드는 저세율 개방형 경제 모델을 갖고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법인세 인하, 수입품 고율 관세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 아일랜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차기 정부의 무역 분쟁 대응 능력도 유권자들에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 대해 상품 무역 흑자 310억유로(약 45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상무장관 내정자 하워드 러트닉은 이에 대해 “아일랜드가 우리 비용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는 건 터무니 없다. 우리가 이 난센스를 끝낼 때 미국은 진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영국 언론은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