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 속도 조절 고민…“수요와 공급 고려해 물량 잡을 것”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쌀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루쌀 정책 재정비에 나섰다.
24일 농식품부와 조달청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가루쌀 산업 육성 정책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가루쌀(분질미·粉質米)은 일반 쌀보다 제분 비용이 저렴하고 생육 기간이 짧은 신품종으로, 기존 쌀보다 라면이나 빵 등 식품으로 가공하기 쉽다.
이런 장점 때문에 농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밀가루 수입량의 10% 수준인 20만톤을 시장에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소비가 따라주지 않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가루쌀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됐지만 지난 달 말 기준 정부의 가루쌀 재고량 6500톤중에서 2500톤을 소진하는 데 그쳤다”며 “가루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식품·가공업계 등 현장 중심의 가루쌀 수요 확대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는 다만, 가루쌀 가공 제품이 맛과 질은 우수하지만, 시장에서 가격 등의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맛과 질은 나쁘지 않지만, 일반 밀가루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 할인 행사를 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더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 입장에선 원재료 단가가 높은데 매출은 부진하고, 밀가루에 비해 잘 뭉쳐지지 않는 등 가공성이 떨어져 제조 단가가 높아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가루쌀 제품은 밀가루 제품보다 최대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농심이 가루쌀을 활용해 출시한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은 대형마트 기준 개당 2380원으로, 1510원인 ‘신라면 볶음면’보다 57% 이상 비싸다. 이는 개당 1100원인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가루쌀 제품 중에선 한정 판매용으로 반짝 등장하거나, 대형마트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도 있다. 해태제과의 ‘오예스 위드미’(with 米)는 25만 상자 한정 판매 제품으로 출시됐고, CJ제일제당이 가루쌀로 만든 ‘비비고 우리쌀 만두’는 대형마트가 아닌 하나로마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출시된 가루쌀 제품 47종 중 7종은 판매 부진과 유통처 부재 등으로 단종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이 낮아져야 수요가 늘어날 텐데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겠다고 생산을 대폭 늘리기도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밀가루를 대체한 제품이 아닌, 가루쌀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굳이 가루쌀로 저렴하고 익숙한 밀가루 제품의 맛을 똑같이 구현하려고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밀가루를 가루쌀로 대체한 라면이나 만두가 아닌 가루쌀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도 속도 조절의 관점에서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수요와 업계 반응 등을 고려해 수요와 공급에 맞는 목표 (가루쌀 생산) 물량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