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호조 선박엔진 수요 급등

HD현대 엔진기계 가동률 146.3%

한화 풀가동, HD현대마린 30%P↑

트럼프발 LNG선 발주 증가 가능성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 등 국내 주요 선박엔진 기업들이 전방 산업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마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기업의 선박엔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국내 선박엔진 기업들의 상승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엔진기계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146.3%이다. 같은 기간 최근 3년간(2021~2024년) 수치를 살펴봤을 때 가장 높은 가동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4.6%)과 비교했을 때는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는 것은 실제 생산능력보다 생산하는 제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7월 출범한 HD현대마린엔진의 엔진 공장 평균 가동률은 3분기 누적 기준 57.7%이다. HD현대중공업과 비교했을 때 낮은 가동률이지만, 전년 동기(27%) 대비 3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HD현대마린엔진 전신인 STX중공업이 2010년대 후반 법정관리를 받았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일찍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HD현대 관계자는 “일감이 늘었고, 생산능력을 조정하면서 가동률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한화엔진 공장의 평균 가동률(98.5%)은 100%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89.9%)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HSD엔진은 지난 2월 한화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선박엔진 공장들의 높은 가동률은 전방 산업 호조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쏟아지던 2022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선박엔진 업체들도 바빠졌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의 엔진 중 선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80%대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 조선사들도 한국 엔진을 선호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은 수주량 기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선박엔진은 우리나라가 앞서있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은 전 세계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5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 11일 중국 조선사인 난통시앙유조선의 최대주주인 시아멘시앙유와 약 850억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화엔진은 올해 8월 중국 신시대조선에 2330억원 규모의 선박엔진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선박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조선사에 한국 엔진을 사용하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감이 몰리면서 선박엔진 업체들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의 영업이익은 989억원으로 전년 동기(768억원) 대비 28.8% 늘었다. HD현대마린엔진은 29.4% 증가한 88억원, 한화엔진은 10배 이상 늘어난 153억원을 달성했다.

선박엔진 기업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미 확보한 일감이 많은 데다가 글로벌 선박 시황이 내년에도 견조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애초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임기 첫날 그동안 중단됐던 LNG 수출 프로젝트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로써 LNG를 운반할 수 있는 LNG선 발주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꾸준한 점도 선박엔진 기업들엔 희망적인 소식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주사들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후화된 선박을 시일에 맞춰 교체해야 한다.

선박엔진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키워 수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날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고압 직분사 방식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대표적인 무탄소 연료다. 한화엔진은 암모니아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