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채택한 공동선언문엔 무탄소 에너지를 확대하고 파리기후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합의가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국제사회 기후 대응을 비웃듯 차기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고 화석연료 확대를 주창하는 인물을 주요 에너지 기관 수장으로 뽑았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이에 상반된 트럼프의 친(親)화석연료주의는 우리에겐 난제이자 기회이다.
트럼프는 기후 위기론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해왔다.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크리스 라이트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프래킹)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라이트는 민주당의 지구 온난화 대책을 소련식 공산주의에 비유해왔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석유와 가스가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해온 화석연료 전도사”라고 평했다. 트럼프는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를 신설하고, 내무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에 의장을 맡기기로 했다. 버검은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정책에 대한 강경 반대론자이자 극렬 화석연료 지지자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 지명자 역시 반(反)환경규제론자다.
트럼프의 ‘친화석연료주의’로 바이든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은 ‘다 뒤집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국제적인 기후 변화 논의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우위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중국(및 기타 국가)과의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에서 이기고, 미국의 외교력을 확장해 전 세계에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패권’을 추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이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도 시사해왔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번복했는데 2기에선 재탈퇴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에선 우려가 크다. “중국이 나서서 강력하고 새로운 기후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는 공개 발언까지 나왔다.
우리에겐 대미 수출과 기후 변화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 모두 중요하다. 저탄소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되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친화석연료정책의 득과 실, 위기와 기회 요소도 업종별로 잘 살펴 대응해야 한다. 위험분산과 탄력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