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배달앱 이어 자율규제기구 논의 본격화
10조원대 성장 속 높은 수수료·정산주기 문제
상품권 환불시 10% 떼가…환불액 상향 과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 4월 출범 이후 배달앱에 밀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모바일상품권 민관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수수료 인하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배달앱과 숙박앱 상생협의체가 파행과 진통을 거듭한 끝에 상생방안을 내놓은 만큼 이 역시 결론 도출까지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협의체가 협상 시한조차 정하지 못한 만큼 상생안 마련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모바일상품권 민관협의체는 21일 4차 회의를 열고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경감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정부가 지난 5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카카오 등 유통·발행사에 구체적인 인하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이에 대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이뤄진다.
모바일상품권 민관협의체는 카카오·11번가·KT알파·섹타나인·쿠프마케팅·즐거운 등 유통·발행사와 가맹본부·점주단체, 소비자단체가 모여 지난 4월 출범한 일종의 ‘자율규제기구’다.
시장 규모만 약 10조원에 이르는 모바일상품권이 소상공인에게는 높은 수수료와 긴 정산주기로, 소비자에게는 10%에 달하는 환불수수료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상생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협의체는 반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보다 3개월 뒤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12차례 회의를 열고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동안, 3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급기야 참여단체 중 하나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수수료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의미 없는 회의만 계속되고 있다”면서 협의체 탈퇴 의사를 드러냈다가 보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배달앱 관련한 상생 협의에 주력하다 보니 모바일상품권 분야는 비교적 회의가 적었다”면서 소극적인 운영을 시인하기도 했다.
앞선 회의에서는 정산주기 단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사들은 가맹점주에 월 2회 정산해주는 방안을 상생안으로 제시했고, 협·단체들은 월 3회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카카오 등은 짧은 정산주기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이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관측이다.
문제는 수수료다. 수수료는 가맹점주와 소비자 각각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맹점주는 소비자가 모바일상품권을 쓰면 판매대금에서 5~10%의 수수료를 뺀 금액을 본사로부터 지급받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상품권의 경우 전체 금액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10%를 공제한 뒤 90%만 환불해준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앱·숙박앱 등의 수수료 조정 선례를 볼 때 합의안 도출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데다 마감 시한도 정해놓지 않아 연내 상생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참여자들을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