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통장을 깨고,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사는 이른바 ‘코인 빚투’가 다시 기승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책을 배경으로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인 쏠림이 더욱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 약세로 활황인 미국 증시로 몰려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과도한 자산 이동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7일 코인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미국 대선이 있던 주(4~10일) 7조원에서 그 다음 주(11~17일) 21조원으로 약 187% 증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예치금 유입도 한 달 새 2조4000억원 증가했다.이달 들어 시중은행 5곳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7522억원 급증했는데 코인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신규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통’이 코인 및 주식 투자 자금 조달 창구가 된 것이다.
은행 예·적금이 준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10조원 이상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서 해외 주식이나 가상자산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상자산 쏠림과 미 증시로의 자금 이탈은 가계부채 증가와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겨 경제 전반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이 날 만한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사실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한 달간 가상자산은 크게 뛰었다.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147개 코인 중 130개 코인이 오르고 100% 이상 값이 오른 코인도 4개나 된다. 미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새 30.05% 뛰었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과 친기업 정책으로 분위기가 더 좋다. 반면 코스피는 1년새 2.87%, 코스닥 지수는 15.50% 하락했다. 미 대선 이후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이러니 ‘국장 탈출’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탈이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오르내리는 불안한 상황이 확대될 수 있다. 올 한해 원화가치는 무려 7.92%나 떨어져 엔화를 제외하고 하락폭이 가장 크다. 트럼프 시대 강달러는 상수로 여겨지고 있다. 자금이탈을 막을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발등의 불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주주 가치를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최근 기업 밸류업으로는 부족하다. 상법과 세법 개정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더 미뤄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