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하나 찾기 힘들 정도인 계절학기의 높은 인기는 전례없는 취업난과 무관치 않다.
계절학기 한 과목 듣는 데 30만~40여만원이나 들지만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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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뜨거운 여름 방학이 한창이다. 방학인데도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은 ‘보충수업’격인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박현구 기자/@heraldcorp.com |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경쟁으로 내몰린 후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복수전공ㆍ부전공은 필수가 됐다.
이에 졸업 때까지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늘어 계절학기로 학점 메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5ㆍ6학년’이 될 판이기 때문이다.
계절학기는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을 하는 ‘성적 세탁’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견문을 넓히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인 방학마저도 계절학기에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등록금과 귀한 시간을 들여 계절학기를 마친 학생들은 이제 나머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또 치열한 고민 앞에 섰다.
서울소재 한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김정훈(26ㆍ가명) 씨는 계절학기 종강을 앞두고 남은 방학기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후회가 없을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김씨는 지난 5월 말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면서 ‘해외연수냐’ ‘계절학기냐’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C 학점을 받아 재수강을 해야하는 과목이 개강한다는 소식에 바로 계절학기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5일, 하루 4시간, 꼬박 3주동안 수업만 듣다보니 7월 중순이 훌쩍 넘었다.
종강을 앞두고 남은 방학동안 할 일을 찾아보려 하는데 이제 와서 대외활동이나 기업 인턴에 지원할 수도 없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나 찾아봐야죠 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김씨처럼 학점을 조금이라도 높이거나, 복수전공 이수에 필요한 학점을 메꾸기 위해 여름 방학을 다 쏟아붓기로 한 대학생들은 적지 않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6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설문조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름방학의 모습’에 대해 가장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떠나는 배낭여행(32.9%)’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학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절반이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직시한 ‘방학의 현실’은 ‘도서관↔집을 왕복하며 쳇바퀴 돌기(23.3%)’가 1위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취업에만 관심이 쏠린 대학생들의 시각과 이를 조장하는 사회적 환경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은 취업난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기업들에서 사람을 뽑을 때 ‘열정’ ‘성실’ 등 두루뭉술한 인재상을 내세우다 보니 학생들이 경영학과 등 취업 잘되는 과를 복수전공하는 것으로 몰리고, 이들이 결국 계절학기로 흘러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학교 생활에서 매겨진 점수가 취업 성공가도에 가장 기본이 되는만큼 학점에 신경쓰는 풍토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