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 김남길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원작을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작에서는 문제가 된 인종차별, 여혐 등에도 이목이 쏠린다. 웹툰 '참교육'은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담아 전세계적으로 비판 받았고, 북미에서는 지난해 아예 연재가 중단됐다.
김남길은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린 '열혈사제2'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참교육' 출연 가능성에 대해 "이미 한번 거절했던 작품"이라며 "많은 분이 불편해 한다면 그런 작품은 안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차례 거절했다가 다시 검토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소년심판', '라이프'의 홍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남길은 "원래 다른 학원물을 준비하다가 제안을 받았다"며 "대본 보고, 원작 이슈 등도 다 살펴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현재 ('열혈사제2')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드라마 '참교육' 출연 검토 관련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사실상 출연 거절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는 팬들이 '원작의 문제성을 명확히 인지하라'며 출연 반대 성명문까지 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새벽에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캐스팅 기사 때문에 많은 팬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참교육'은 회사 차원에서 작품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제 의사를 전달할 시간이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열혈사제'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시간도, 여력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처럼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전에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것은 '참교육' 원작 웹툰이 여성 혐오와 인종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참교육'은 체벌 금지법 도입 후 교권이 붕괴하자 교육부 산하에 교권보호국이 신설되고, 해당 기관 소속 현장 감독관들이 문제 학교에 파견되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강력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깨부수는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지만, 극단적으로 선악을 나누는 구도와 폭력적인 해결 방식 등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특히 42화에서는 아이들에게 페미니즘 사상을 교육하는 여교사를 '참교육'하겠다며 감독관이 교사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나와 문제가 됐다. 또 125화에서는 백인 혼혈 교사가 흑인 혼혈 학생을 상대로 흑인을 비하하는 말을 내뱉는 장면이 등장해 해외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네이버웹툰은 통상 현지 시장의 문화를 고려해 대사나 장면 등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지만, 이보다 앞서 해외에 불법 유통되면서 해당 대사가 그대로 노출됐다.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해 9월 북미 플랫폼에서는 해당 웹툰이 삭제됐다.
이번 캐스팅을 계기로 '참교육'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혐오 표현과 관련한 플랫폼과 창작자의 자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인종차별 표현으로 논란이 됐을 당시 이 작품의 채용택·한가람 작가는 영문 사과문만 작성했으며, 국내에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문제 에피소드를 삭제하고 3개월 만에 슬그머니 연재를 재개했다.
지난 달 네이버웹툰이 여성 혐오 표현이 담긴 공모전 출품작 '이세계 퐁퐁남'을 1차 심사에서 걸러내지 않아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플랫폼이 혐오 표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등급 가이드와 네이버 그린 인터넷 가이드에 따라 웹툰의 유해성을 판단한다.
그린 인터넷 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혐오 표현을 포함한 게시물'의 게재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섣불리 웹툰 내용과 장면에 손을 대기 어렵다는 것을 난점으로 꼽는다.
만화계가 오랜 시간 검열과 규제에 맞서야 했던 과거사를 고려하면 더더욱 플랫폼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창작자와 플랫폼, 독자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