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투자자에 “경쟁사에 자금 대지 말라” 요구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로이터]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주자인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수조 원 규모 투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경쟁업체에는 자금을 대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3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66억 달러(8조7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독점적 자금제공 합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던 만큼 오픈AI 측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할당해주겠지만 경쟁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유의미한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에게 경쟁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가 구체적으로 5개 경쟁사 명단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명단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만든 xAI와 오픈AI 공동 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퇴사 후 설립한 ‘세이프 슈퍼 인텔리전스’(SSI), 오픈AI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앤스로픽 등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 3곳이 포함됐다.

또 AI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와 기업용 검색업체 글린 등 AI 애플리케이션 기업 2곳도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오픈AI의 매출 증대 목표와 관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명단에 언급된 5개 경쟁사는 논평을 거절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런 요구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AI 분야에서 오픈AI가 투자자들로부터 독점적으로 자금을 공급받기 위해 어떻게 작업 중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독점적 투자 요구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며 대다수 투자자도 평판 등을 감안해 직접적 경쟁 관계인 회사들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픈AI처럼 명단을 만드는 것은 흔치 않다고 봤다.

머스크 CEO는 자신이 오픈AI 설립에 참여할 당시 샘 올트먼 등 공동 설립자들에게 회유와 기만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머스크 CEO와 오픈AI 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올트먼 CEO가 이끄는 오픈AI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고인 1570억 달러(208조1000억원)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고 66억 달러 신규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펀딩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사 MGX,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벤처캐피털 코슬라 벤처스, 피델리티 등이 참여했으며, 당초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