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이 무서운 삼성전자·SK하닉 개미…‘엔비디아 -6%’ 美 반도체株 검은 수요일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AFP,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인공지능(AI) 랠리를 타고 급등세를 이어갔던 미국 주요 반도체주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했다. 현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11월 미 대선 승리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까지 반도체주엔 악재로 작용한 탓으로 읽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AI 랠리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대비 6.64% 급락한 117.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반도체 기업 AMD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주가도 각각 10.21%와 7.98% 떨어졌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12.29% 폭락했다. 브로드컴과 퀄컴도 각각 7.91%와 8.61% 주저 앉았고,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델테크놀러지도 6.27%와 6.77%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미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6.81% 내렸다.

인텔만 장중 8%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다 0.35%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주 급락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부문의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을 거론하며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가 자체적으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설 수 있으며, 이에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을 검토 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반도체 주가에 부정적인 심리를 가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대만이 미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중국의 공격이 있으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던지며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였다고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전했다.

미 증시에서 보인 주요 반도체주의 약세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를 달리고 있는 양대 반도체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타격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미 전날 두 종목의 주가는 약세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미 뉴욕증시 장 종료 이후 나왔던 데 비해, 전날 국내 증시 장 시작 전에 알려지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36% 내린 2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지난해 10월 26일(-5.88%) 이후 9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삼성전자도 1.14% 내린 8만6700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전날 하반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전망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약세와 트럼프의 대만 반도체 흑자 지적 인터뷰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날 양대 반도체주 외에도 코스피 시장에선 한미반도체(-5.18%), 코스닥 시장에선 HPSP(-8.26%), 이오테크닉스(-7.66%) 등이 줄줄이 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09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팔았으며 한미반도체도 970억원 팔며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매도세는 전날 증시에서 어느 정도 소화했지만, 미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검토 소식에 따른 미 주요 반도체주 약세가 또 한번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일 국내 증시는 반도체 중심의 매도세와 투자심리 악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은 국내외 반도체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오는 18일 TSMC 실적이 발표되며 25일과 31일에는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2분기 확정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HBM3E 인증 소식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주가 측면에서 2분기 실적 발표의 핵심은 단기 실적 방향성보다 내년에도 이어질 장기 업사이클에 대한 단서”라며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해당 단서 등이)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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