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네바다 유세 재개…흑인·라틴계 지지 기반 회복 총력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서 연설했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사흘만에 처음으로 공개 유세를 재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전날 예정됐던 텍사스주 유세를 취소했다.
그는 이날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경쟁이 치열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인 네바다 유세에서는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단호한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그는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과열과 대립을 경계하면서도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를 멈춰선 안 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정책 비판도 재개했다.
흑인과 라틴계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최근 동요 기미를 보이자 이들을 다잡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에서 “지금은 긴장된 시국이다. 불과 며칠 전에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면서 “우리 정치는 지나치게 과열됐다. 우리 모두는 열기를 낮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해야 한다. 정치 폭력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면서 “그것이 통합”이라고 규정한 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을 거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례를 비롯해 2021년 1·6 의회 폭동, 유밸디 총격사건 등을 만연한 폭력의 사례로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폭력에 이어 총기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총기 사고로 죽어간다. 이것은 미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력에 반대하고 싶다면 나에게 동참하라”면서 “트럼프를 저격한 총기는 살상 무기로 많은 사람들을 희생했다. 이제는 이를 금지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공화당에 동참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정치의 열기를 낮추라는 것이 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나는 한 번도 누구에게 지옥을 선사한 적이 없다. 나는 다만 지옥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진실을 말할 뿐”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는 재임 시절 흑인을 위한 ‘오바마 케어’를 중단하고, 부자 감세를 추구했다”면서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행정부에서 흑인 가정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갔다”며 자신의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을 위한 트럼프의 세금 정책과 달리 나는 1000명의 억만장자에게 부유세를 내도록 할 것”이라며 “재선에 성공하면 100일간 내가 할 일들이다. 나는 투표권 보호 입법을 하고, 낙태권도 입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고령 우려에 따른 전방위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젊었고 지금은 늙었다”면서 “의인이 버림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는 진실을 알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며 재선 도전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