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사퇴 요구 사라져…일부는 트럼프에 체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에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이 일단 누그러졌지만 패배 우려는 확대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온 민주당 정치인들과 후원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뒤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소식통 10여명을 취재한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인지력에 대한 논쟁이 잠시 멈췄으며 누구도 이 민감한 주제를 총격 이후에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최근 며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해온 한 민주당 후원자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면서 “그렇다고 며칠 뒤나 다음 주에 다시 논의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이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너무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를 압박하기 훨씬 더 힘들어졌다고 관측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부 민주당 당원은 후보직을 흔드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바이든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가 이 끔찍한 사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등장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시선이 트럼프 총격에 집중되면서 바이든 사퇴 여부를 둘러싼 “공개 논의가 잦아들겠지만 사적인 대화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바이든 대통령 사퇴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문제 삼았던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악시오스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화는 그가 어떻게 우리나라를 위로하고, 분노를 다루며 이 순간에 부응할지에 국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하원 중진은 “바이든 대통령에 맞서는 어떤 발언도 하면 좋지 않아 보일 것”이라며 트럼프 총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줄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취재에 응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다음 달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침묵이 계속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라고 보도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이후 더 침울해진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민주당 중진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이 사라질 수 있는 이유로 “우리 모두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직이 불가피하다고 체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