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사생활 담겨 있어 비밀번호 줄 수 없다”

김호중, 막내 직원에게도 '허위 자수' 수차례 강요…판사도 질책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음주 뺑소니' 및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당초 소속사 막내 직원에게 수차례 '허위 자수'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다른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허위 자수'를 했다. 이는 당초 소속사 대표가 "내가 모두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호중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하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질책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소속사의 막내 매니저급 직원 A(22) 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겁이 난다'며 김호중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고, 이후 김호중의 매니저가 직접 나서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찾아가 허위 자수를 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심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모두 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을 위해 힘없는 사회 초년생 막내 매니저는 처벌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김호중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김호중이 수사 협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김호중은 휴대폰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이폰 3대가 압수됐는데, 현재까지 아이폰 비밀번호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아 경찰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신 판사가 이에 대해 묻자, 김호중은 "사생활이 담겨 있어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은 김호중의 교통사고 전후 행적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할 수 있는 주요 증거다. 김호중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기는 했으나, '음주량이 많지 않았고 교통사고 역시 음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휴대폰 조작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경찰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음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이다. 구속 여부 및 가중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 포렌식 등을 통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김호중은 또 매니저의 거짓 자수(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증거인멸)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소속사 관계자들과의 휴대폰 대화 내용 확인이 필수적이다.

김호중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