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비롯 ‘中 핵심 산업’ 대상
회복세 진입한 中 경제에 비상
“모든 조처할 것”中 맞대응 예고
미국 정부가 전기차 등 중국의 수출 주력 상품에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벌어졌던 관세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중국도 자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나라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이판사판의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을 경우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에는 물론이고 결국엔 세계 경제에도 피해가 볼보듯 뻔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4면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르면 14일 중국 전기차 수입 관세를 25%에서 100%로 부과하는 안을 비롯해 반도체, 태양광 장비 등에도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주사기와 개인보호장비 등 중국산 의료 기기도 관세 대상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 핵심 산업 전체가 대한 관세인 셈이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련된 통상법 301조(슈퍼301조)에 따라 부과된 관세를 검토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국가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해 불공정 무역이라 지적한 바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 웬디 커틀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실상 위축된 미국 태양광 산업처럼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불공정하게 거래된 중국 수입품으로 인해 침체되지 않으려 바이든 정부가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의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이 경쟁자인 트럼프에 밀리지 않으려 고강도 경제 정책은 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바이든은 전면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와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4월 수출이 지난해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2925억달러를 기록해 몇 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이 각각 2.8%, 3.57% 감소했지만 동남아 비중이 8.15% 증가해 도움이 됐다. 지난해 중국 수출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4.6%포인트 감소한 바 있다.
내수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었다. 4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포인트 상승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도 맞대응을 예고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중국은 다른 국가의 고율 관세에 대해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관세법을 제정했다.
중국산 제품 가격 인상을 대비해 물류 비용 절감에도 나설 방침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11일 회의에서 “화물 운송을 최적화하고 물류 부문의 디지털, 스마트 및 친환경 발전을 촉진하며 물류 비용을 대폭 낮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대응에 나선다 해도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CMP는 “경제학자들과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기차 보조금 의혹 조사와 씨름하면서 앞으로 (수출에)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여전히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