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재판의 핵심 증인인 전직 성인영화 배우가 7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법정에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니 대니얼스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니얼스는 이날 증언에서 2006년 미 서부의 관광명소 타호 호수 인근에서 골프 대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대니얼스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결혼한 지 약 1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날 밤 대니얼스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유명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할 것을 제의했고,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니얼스는 성관계 사실을 침묵해 달라고 요구한 코언과의 협상이 돈 때문은 아니었다고 부인하면서 코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 탓에 돈을 제때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사실을 지속해서 부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가 불과 몇 미터 앞 증언대에서 말하는 내내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의 변호인에게 뭔가 속삭이거나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대니얼스의 증언 내용이 선정적이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판사에게 심리 무효(Mistrial) 선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대니얼스의 말이 명백히 거슬리긴 했으나 그녀가 증언한 일부 내용은 말하지 않게 놔두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심리 무효 요청을 반려한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시작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니얼스의 증인 출석 사실을 알리며 변호인이 이에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글을 올렸다가 약 30분 뒤 삭제하기도 했다.
앞서 머천 판사는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인이나 재판 관계자 비방을 금지한 함구령을 또 어길 경우 구금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