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격 받은 이스파한, 이란 핵시설 밀집
혁명 수비대 사령관 “핵시설 공격하면 기존 핵 독트린 재검토”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핵 관련 시설 인근을 공격함에 따라 이란 핵 위기가 다시 국제정치 무대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 온 이란의 핵 독트린이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위치한 핵 관련 시설이 위치한 이스파한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 사실을 부인했지만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에 공격 계획을 미국에 알렸으며 미국 정부는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공격이 이란 핵시설을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스라엘의 공격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은 무사하다””며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이 핵 시설 인근의 제8공군 기지 내 건물 유리차이 깨지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만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흐마드 하그타랍 고위 사령관은 반 관영통신 타스님통신에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위협이 있을 경우 우리의 핵 독트린을 재검토하고 이전의 고려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이스라엘이 우리의 핵 시설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핵시설에에 대해 첨단 미사일로 확실하고 단호하게 보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의 인식에 따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될 경우 이란 핵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19년 “핵폭탄을 만들고 비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이를 사용하는 것은 종교적으로 금지된 것(하람)”며 “우리는 핵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단호하게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핵 기술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이후 상당히 발전했다. 협정에 따라 순도 3.67%로 제한됐던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한도는 사실상 파기됐고 이란은 순도 60%까지 우라늄 농축을 이어가고 있다.
알리 살레히 전 이란원자력기구 수장은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기어박스와 엔진을 이미 만들었다”면서 이란의 핵 기술이 중대한 문턱을 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포린폴리시(FP)는 이란 정치 엘리트들이 안보 위협을 느꼈을 때 이란의 핵 태세는 크게 변화했다며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이란의 핵 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란의 언론인인 사이드 레일라즈는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은 이란이 핵실험을 하지 않을 마지막 명분을 없앴다”고 지적했다.
FP는 “2021년 4월 이스라엘이 나탄즈 핵 시설을 파괴했을 때 이란은 며칠 만에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며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이 핵확산 금지조약(NPT) 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향해 돌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