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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꾼 김수인, 뮤지컬 김지훈, K-팝 조진호…‘팬텀싱어’의 키맨
‘팬텀싱어4’가 재발견한 세 얼굴
‘국립창극단 막내’ 소리꾼 김수인
뛰어난 가창력 뮤지컬 배우 김지훈
K-팝 그룹 펜타곤 메인 보컬 조진호
‘팬텀싱어4’에 유달리 눈에 띄는 세 얼굴이 있다. 국립창극단에서 5년 만에 뽑은 막내 단원 김수인(28, 위 오른쪽), 데뷔 4년차 뮤지컬 배우 김지훈(28, 아래 사진 오른쪽), K-팝 그룹 펜타곤의 조진호(31). 이 세 사람은 이번 시즌 키맨으로 떠올랐다. [JTBC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낯선 소리꾼은 날아 올랐고, 덜 알려진 뮤지컬 배우는 만개했다. 팬덤을 갖춘 보이그룹 멤버는 편견의 외피를 벗어던졌다.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4’는 ‘재발견’, ‘재발굴’의 장으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번 시즌 유달리 눈에 띄는 세 얼굴이 있다. 국립창극단 단원 김수인(28), 데뷔 4년차 뮤지컬 배우 김지훈(28), K-팝 그룹 펜타곤의 조진호(31)다.

결승 릴레이를 향해 가는 ‘팬텀싱어4’에서 김수인 김지훈 조진호는 매회 두각을 보인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다수의 시청층을 가진 매체의 장점은, 그간 ‘업계발’ 능력자로만 알려졌던 이들의 ‘재발견’을 만들어낸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도전한 만큼 이들의 무대는 말 그대로 ‘3인3색’이다. 뛰어난 실력으로 만들어가는 ‘결정적 순간’들로 세 사람은 이번 시즌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국립창극단 막내 단원으로 현재 ‘팬텀싱어4’에 출연 중인 김수인 [국립극장 제공]
‘꿈의 직장’ 막내 김수인…“뛰어난 무대 장악력”이 강점

소리꾼 김수인이 등장하자, ‘팬텀싱어4’의 프로듀서 6인방(윤종신 김문정 손혜수 규현 박강현 김정원)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김수인의 출사표는 당돌했다. “언제까지 고영열만 찾을 거냐”는 도전장이었다. 첫 무대에선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다시 태어난 ‘쑥대머리’를 통해 심사위원을 사로잡았다. 김수인이 등장하는 무대는 장르의 특성상, 시청자는 물론 ‘팬텀싱어4’의 참가자, 프로듀서들에게도 낯선 아름다움을 안겨줬다.

김수인은 2020년 국립창극단이 5년 만에 뽑은 신입 단원 선발에서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유일한’ 남자 단원이다. 국립창극단 입단의 벽은 높다. 단원 선발은 깐깐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단원수가 정해져 있어 신입 단원을 잘 뽑지도 않지만, 채용 공고가 나도 ‘국립창극단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면 굳이 단원을 선발하지 않는다.

국립창극단은 대한민국 ‘소리꾼’과 창극 배우에겐 ‘꿈의 직장’과도 같다. 우리 전통문화를 일군 당대 최고의 소리꾼들이 거쳐간 곳이다. 김수인이 지원했을 당시 국립창극단에선 1차 서류, 2차 실기(소리, 연기, 무용), 3차 토론을 진행해 합격자를 가렸다.

어머니인 명창 김선이를 잇는 2세 소리꾼인 김수인은 애초 소리꾼이 아닌 무용가로의 꿈을 꿨다. 어린시절 소리와 한국무용을 함께 시작했고, 학창시절엔 소리보다 춤에 더 큰 관심을 뒀다고 한다. 그러다 제대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국립창극단 입단 직후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소리를 정성들여 하지 않아 나와 맞지 않는 예술이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춤과 노래가 융화될 수 있는 예술 장르를 찾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창극의 세계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막내 단원으로 현재 ‘팬텀싱어4’에 출연 중인 김수인 [국립극장 제공]

김수인의 ‘팬텀싱어4’ 무대는 매주 레전드를 기록 중이다. 소리꾼의 틀에 갇히지 않는 발성의 변화로 영리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창극 배우 사관학교’와도 같은 국립창극단에서 갈고 닦은 실력은 ‘팬텀싱어4’에서 빛을 발했다. 포지션 배틀에서 작창, 구음 등 소리꾼으로의 색을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로 반박할 수 없는 ‘실력’을 증명했다. 성악가 이승민과 팀을 이룬 듀엣 무대는 압권이었다. 팝스타 비숍의 ‘리버’를 부르는 크로스오버 무대에 프로듀서 규현은 “거장의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가둬놓고 계속 노래를 시키고 싶다”며 감탄했다. 윤종신은 “‘팬텀싱어’ 취지에 가장 잘 맞는 무대이자, 크로스오버의 본질을 꿰뚫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국립창극단 오지원 책임PD는 당시를 떠올리며 “소리는 기본이지만, 학교에서 창극을 배우는 수업이 없어 대부분의 단원들이 입단 이후 춤과 연기를 배워가는데 김수인 단원은 실기 당시부터 무대를 만들어 보여줄 만큼 뛰어났다”며 “몸을 잘 쓰는 강점에 무대 장악력까지 뛰어나 어느 장면에서나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수인은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에 출연한다. 창극 무대에선 ‘팬텀싱어’에선 만나지 못한 김수인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선 또 다른 방식으로 물 만난 고기다.

뮤지컬 배우 김지훈 [마포문화재단 제공]
“태도가 곧 실력이었다”…‘진지하고 성실한’ 김지훈

뮤지컬 배우 김지훈은 2020년 데뷔, 4년 만에 ‘노래 잘하는’ 역할을 꿰찬 실력파 배우다. 뮤지컬 ‘빨래’의 솔롱고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가곡 뮤지컬’ 첫사랑까지…. 하지만 아직 모두의 주목을 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두 번째 오디션이다. 2020년 tvN 뮤지컬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더블 캐스팅’에 출연, 당시에도 엄청난 가창력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김지훈이 성악 전공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빨래’의 솔롱고 역할이 워낙 가창력을 요하는 역할이다 보니 김지훈의 업계 명성은 충분했다. 지난해 마포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제작한 가곡 뮤지컬 ‘첫사랑’에 캐스팅된 것도 가창력 때문이었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창력이 뒷받침돼야 음악의 깊이를 잘 살려줄 수 있다고 판단해 김지훈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팬텀싱어4’에선 초반 미션을 이어가는 동안 기대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지훈이 두각을 보인 것은 세 번째 미션인 듀엣 대결에서였다. 성악가 진원과 팀을 이룬 무대에서 살 다 빈치(SAL DA VINCI)의 ‘코제(Cose)’를 들려주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호소력 짙은 감성으로 프로듀서와 참가자들을 사로잡았다. 김정원은 “영혼을 다 끌어내 노래했다는 것을 느낀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말했다. 트리오 무대에선 정통 성악을 바탕으로 한 ‘정공법’으로 무대를 공략, 최고점 100점을 받았다. 이후 이어진 첫 사중창 대결까지 김지훈은 현재 ‘팬텀싱어4’의 강력한 핵이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뮤지컬 배우 김지훈 [마포문화재단 제공]

‘팬텀싱어4’에선 무대 밑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하고 성실히 이어온 김지훈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지훈과 함께 작업해온 뮤지컬 업계 관계자들은 “뛰어난 실력과 새로운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그의 강점으로 꼽는다.

‘첫사랑’의 연출을 맡은 오세혁은 “태도가 곧 실력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지훈은 태도가 좋았던 배우다”라며 “연습이 끝나면 항상 찾아 와서 다음 연습을 어떻게 진행할지, 무엇을 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연습 당시 김지훈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때에도 수시로 현장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1인 리허설’을 이어갔다고 한다. 오 연출은 “놀라웠던 건 격리가 끝난 후 리허설 때 음악 큐, 장면 큐 등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격리를 하고 온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연습이 돼있었다”고 돌아봤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따라 창법을 바꾸며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도 뮤지컬 배우로서 상당한 강점이다. 오 연출은 “가요, 팝페라, 가곡 등 다양한 창법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김지훈 배우의 강점인 가창력을 실감했다. 결국 그 과정을 통해 본인과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캐릭터와 창법을 찾아내는 훌륭한 배우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펜타곤 진호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펜타콘의 맏형…“신뢰 받는 보컬신” 조진호

2016년 데뷔한 펜타곤의 메인 보컬 진호. 팬들에겐 성을 붙인 조진호보다 ‘진호’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할지 모르는 멤버다. 멤버의 숫자가 9명이나 되는 다인원 그룹 펜타곤에서 조진호는 맏형이면서 메인 보컬이지만, 대중적으로 눈에 띄는 멤버는 아니었다. 자체 제작돌이라는 팀의 특징으로 인해 그룹의 음악을 주로 만들어온 후이 키노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조명을 받았다. 물론 조진호도 프로듀싱에 참여한다.

이미 8년차 그룹인 만큼 조진호가 ‘팬텀싱어4’에 출연을 결심하기까진 고민이 적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 펜타곤의 후이는 JTBC K-팝 그룹 데뷔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에 출연했다. 최근 만난 후이는 “각각의 멤버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르고,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펜타곤의) 상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큰 변화를 위해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불씨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팬텀싱어4’에 출연 중인 그룹 펜타곤 조진호 [JTBC 제공]

조진호도 마찬가지였다. 조진호가 프로듀서 오디션에 첫 등장할 때 규현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진호와 규현은 SM 더 발라드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너무 사랑해 음악이 주는 열정과 떨림을 따라 찾아왔다”며 ‘팬텀싱어4’에 지원한 계기를 밝혔다.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서야 하는 무대에서 조진호는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의 첫 무대는 혹평을 받았다. 김문정은 “곡은 진짜 좋은데, ‘펜텀싱어4’는 좋은 곡을 잘 불러주는 싱어를 소개시켜 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다”며 “본인이 표현한 만큼 컨트롤이 안됐다”고 평가했다.

반전은 소리꾼 김수인, 회계사 김광진과 함께 한 포지션 배틀에서 시작됐다. 찰리 푸스의 ‘데인저러스’ 무대에선 록과 판소리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뛰어난 보컬 역량과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줬다. 윤종신은 “그루브와 균형이 좋은 보컬”이라고 극찬했다. 이후 김모세와의 듀엣 미션에선 손혜수 프로듀서로부터 “엔젤이 내려왔다”는 평을 들었다.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빅이벤트의 개막식에서 성악가와 팝스타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보는 듯한 장면이었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편견에 갇혀있던 조진호는 팝부터 성악 발성까지 담아내고, 다양한 장르의 참가자들과 어우러지며 ‘팬텀싱어’에 가장 잘 맞는 보컬로 자리하고 있다.

조진호의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진호는 그룹의 메인 보컬로 작곡을 많이 하는 후이나 키노 같은 친구들이 고음역의 파트를 만들 때, ‘형 부를 수 있지?’라며 믿고 맡기는 멤버다”라며 “특히 지난 앨범 수록곡 ‘더 게임’을 통해 오페라 창법에 처음 도전해 보컬 영역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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