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시 현지 시장 붕괴, 美 제재 등 우려

자동차 러 내수판매 29% 급감 전망, 현대차 현지 생산 확대 ‘찬물’

우크라이나戰 발발 우려에…삼성전자·현대차 등 ‘초긴장’ [비즈360]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공장.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헌·김지윤 기자]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현지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일촉즉발 상황을 앞두고 국내 제조업 주요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TV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을 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나아가 실제 전쟁 발발시 시장 붕괴, 생산 차질, 무역 제재,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가 국내 기업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전 생산차질 우려, 반도체 원자재 확보 주력=15일 재계에 따르면 현지 판매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주재원 가족들을 먼저 귀환 조치한 데 이어 현지에 남겨둔 직원들도 귀국 등 철수 조치를 완료했다.

일부는 해외 다른 지역에 임시 재배치되거나 한국으로의 이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외교부 여행금지 발령 조치에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며 “현지에서 출국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현지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조2448억원 수준이다. 현지 판매법인(1조1245억원)과 연구개발(R&D) 조직(455억원), 우크라이나 판매법인(2743억원) 등을 포함하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자산은 2조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장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수출용 TV·모니터·세탁기 생산 등을 생산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戰 발발 우려에…삼성전자·현대차 등 ‘초긴장’ [비즈360]
LG전자 러시아 루자 공장. [LG전자 제공]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직 특별한 조치는 없지만, 현지에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전 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주로 내수용이다. LG전자의 러시아 등 기타 지역 매출 비중(2020년 기준)은 2.9% 수준으로 규모로는 1조6634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러시아에서 매출 1조3885억 원을 거뒀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원자재 수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쟁 발발과 제재 등이 현실화되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원료인 네온과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팔라듐의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네온은 반도체를 만드는 레이저의 핵심 소재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당시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산 네온 수입 비중은 23%로 중국에 이어 2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필수 소재인 팔라듐은 센서와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러시아는 팔라듐 생산 1위국으로 한국의 러시아 팔라듐 수입 비중은 3.4%에 그치지만 가격 상승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일본과의 외교·무역갈등 등으로 원자재 공급 리스크를 몇 차례 겪은 업계는 원자재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되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역 등 경제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제 3국에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 시장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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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러 내수판매 29%↓, 철강 원자재값 상승 우려=자동차 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내수 판매가 29%까지 줄고, 국지전 충돌시 10% 가량 판매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대러시아 수출의 44%를 차지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24억9600만달러(약 3조원, 29.2%), 자동차 부품은 14억5400만달러(1조7400억원, 15%)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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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경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산 20만대 규모의 자체 생산공장을 가동해 온 데 이어, 2020년 11월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신공장의 재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준비 중이라 전쟁 가능성 등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별도의 판매, 생산법인은 없으나 판매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차종을 판매 중이다. 전쟁이 터질 경우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러시아 대권역을 중심으로 생산, 물류 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며, 현지 상황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붕괴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까지 겹치며 유가, 원자재값 상승이 이미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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