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내 조기 매핑 시 치료효과 ↑

인공와우 수술 시 가장 널리 쓰이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 우수성 규명한 연구 발표

수술 2-4주 이후 매핑 시행하던 기존 방식보다 24시간 이내 조기 매핑 시 치료 효과 더 높아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인공와우 수술 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의 우수한 효과를 규명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난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와우, 蝸牛)의 손상이 심한 고도난청 환자가 손실된 청각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성공적인 수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치의 선택과 수술 기법, 인공와우 이식 및 수술 후 매핑(mapping) 시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장치를 선택할 때는 난청이 발생하는 원인, 시기,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내이의 해부 기형이 있거나 달팽이관 내 종양이 발생한 경우, 또는 오랜 염증으로 인해 달팽이관 내 골화(ossification)가 진행되고 있을 시에는 전극 삽입이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은 다른 전극에 비해 전극과 와우축 청신경과의 거리가 가까워 신경원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얇고 유연한 특성 탓에 전극 삽입이 용이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한지, 수술 후 효과는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었다.

또한, 인공와우 재수술의 경우에도 이전 전극에 의해 바뀐 와우의 내부 환경에서 과연 새로운 전극을 삽입했을 때 청신경을 효율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교신저자 최병윤 교수, 제1저자 김예리 전문의)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을 이용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68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내이 기형부터 달팽이관 내 종양, 와우 골화, 인공와우 재수술까지 다양한 난청의 원인에서 모두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식할 수 있고, 좋은 기능적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와우 재수술의 경우에는 기존 전극에 비해 훨씬 더 조밀한 나선형 구조로 이뤄진 전극이 와우축과 보다 가까이 위치할 수 있게 돼, 청신경도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최병윤 교수는 또 다른 연구(교신저자 최병윤 교수, 제1저자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를 통해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을 사용한 인공와우 수술의 조기 매핑(mapping) 기법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매핑(mapping)은 인공와우 수술 후 전기 자극을 청각 신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개개인의 청각 신경 상태에 맞춰 전기량이 전달될 수 있도록 설정하는 작업이다. 최대한 자연음에 가까우면서 부드럽고 편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공와우를 통한 청력재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존 매핑은 수술 부위가 어느 정도 아물게 되는 2-4주 이후에 첫 매핑이 이뤄졌다. 하지만 인공와우 장치 및 최소 침습적 수술법이 발달하면서, 장거리 이동을 필요로 하는 해외 병원들에서 수술 24시간 후 첫 매핑을 시작하는 조기 매핑 방식이 최근 몇 년 간 사용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조기 매핑의 안전성이 입증돼 세계 각국의 많은 인공와우센터에서 점차 널리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최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얇은 와우축 전극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 84명(24시간 이내 조기 매핑 환자 26명, 2-4주 이후 매핑 환자 58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후 24시간 내 첫 매핑을 시행했을 때 임피던스(impedance)가 더 낮아지고 안정화 되는 시기도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피던스(impedance)란 매핑에서 전극의 전기적 저항값을 의미한다. 전극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팽이관 손상이 궁극적으로 전극 주위의 섬유화 및 골화를 초래하여 임피던스 증가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사용자가 느끼는 소리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인공와우 장치 배터리의 수명 또한 단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이의 나선형 모양에 맞게 설계된 얇은 와우축 전극은 달팽이관의 손상을 줄여 임피던스 값을 낮추게 되고, 수술 후 안정된 소리를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이 임피던스 값을 낮출 수 있는 치료방향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기존의 통상적인 2-4주 후 매핑 방식은 약 3개월 이후에 임피던스가 안정화되는 데 비해, 24시간 내 첫 매핑이 시행된 경우에는 4주 이내에 조기 안정화가 이루어진다는 중요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수술 후 조기에 매핑을 시행하는 것이 임피던스 증가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력재활에 있어서도 치료 효과 개선의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 장치가 개선되고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있는 만큼, 난청의 원인이 무엇이든 적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며, “수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밀한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후 정확한 매핑과 청각재활 훈련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적기에 조기 매핑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가 있고, 특히 청신경이 매우 가는 환아들에게는 도움이 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18년에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달팽이관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청신경에 가장 근접하도록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의 수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해 도입했다. 현재까지 약 500 여건을 시행해오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다 경험이자 아시아에서도 가장 많은 수술 건수로,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발표된 연구결과들 역시 저명한 국제학술지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과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각각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