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대 남성 직장인이 진료실을 찾았다. 직장의 정기 검진에서 대장 내시경을 하고 염증성장질환 중의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그간 복통과 함께 피가 섞인 대변 등을 보는 일이 잦았지만, 과로 및 음주 등에 따른 가벼운 치질로 생각하고 나중에 치료해야지...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밀 진단을 해본 결과, 이 환자는 궤양성대장염으로 확진을 받았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 내시경을 하고 염증성장질환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간혹 보인다. 염증성장질환은 이름 그대로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고,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돼 염증이 발생한다.
소화관의 염증으로 인해 다양한 증상이 유발되는데 심한 복통, 설사, 혈변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고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을 동반하는 사례가 흔하다.[1] 사례의 환자와 같이 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단순 배탈 혹은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한 과민성 장 증후군 등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을 수 있는데,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장 출혈, 장 협착, 장 폐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평소 장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복통, 설사, 혈변 등이 4주 이상 장기간,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더불어, 염증성장질환의 특징 중 하나가 사회경제 활동이 활발한 20-30대의 젊은 연령에 많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이 거의 없는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합병증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2]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초기에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을 사용하고, 이러한 약제들이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알파 등의 원인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인다.
염증성장질환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 유지를 위한 환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필자가 근무하는 염증성장질환클리닉에서는 스마트폰앱을 활용해 환자 스스로 약제 복용과 질환 상태 등을 관리하도록 하고, 또 밴드를 통한 실시간 소통을 지원하면서 환자를 독려하고 있다.
정성훈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